‘중국산’에 점령당한 이 나라…“오히려 좋아” 외치는 까닭은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12. 1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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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BYD) 등 중국 자동차 멕시코에서 돌풍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차’ 1위에 이름 올려
세련된 디자인에 첨단성능…가격은 절반 수준
전기·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모델 판매도 박차
美·日도 호시탐탐 노려…“중국 밀려날 수도”
중국 자동차 기업 비야디(BYD)가 지난 9월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박람회장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서 유럽시장 최초로 공개한 SUV SEAL U 모델. [연합뉴스]
멕시코시장에 진출한 이 자동차를 마주한 현지 소비자들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과 럭셔리함, 또는 정숙한 주행력과 잔고장 없는 높은 품질 등으로 무장한 해외 브랜드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이들보다 훨씬 저렴했습니다. 신차 가격 기준 1만달러(약 132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격이 싸다고 품질이 나쁜 것도 아니었습니다. 현대적이면서 매끄러운 외관 디자인과 HD 터치스크린 화면 등 첨단기술이 적용된 내부는 멕시코시장을 사로잡았습니다. 여기에 더해지는 5년의 보증 기간은 현지 소비자의 마음에 구매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습니다.

‘자동차 강국’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독일이나 일본 자동차 브랜드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동차 산업 후발주자로 뛰어든 중국 브랜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멕시코시장에 진출한 중국 자동차 기업의 성장 속도가 매섭습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산 자동차는 지난해 멕시코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순위 1위를 기록했습니다. 멕시코 자동차유통업체협회(AMDA) 집계 결과 올해 1~10월에 멕시코에서 판매된 중국산 자동차는 21만2169대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1% 상승한 수치로 멕시코 자동차시장 전체 판매량의 약 20% 수준입니다. 반대로 다른 해외 국가들이 생산하는 자동차의 멕시코시장 판매량은 중국산 모델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자동차가 이처럼 멕시코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불과 10년도 안 된 2016년만 해도 멕시코 도로를 달리는 중국산 모델을 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멕시코 현지 수요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멕시코시장 진출 규모를 확대하고 이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이제 현지 소비자들은 멕시코시티와 다른 주요 도시에서 6개에 달하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를 선택해 구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멕시코가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차세대 주요시장으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친환경 모델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산업계 흐름 때문입니다. 중국 대다수 소비자가 내연기관 모델에서 전기차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중국 기업들은 기존의 생산기지에서 만들던 내연기관 차량을 판매할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했습니다. 시장조사를 통해 멕시코가 주요 신흥시장 중 하나로 지목됐는데, 현지에서도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판매량이 급증한 것입니다. 동시에 코로나19 대유행이 촉발한 공급망 붕괴 문제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다른 해외 브랜드 차량의 가격이 오른 것도 중국산 자동차에게 도움이 됐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오히려 가격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멕시코 소비자들을 빠르게 흡수했습니다.

중국 자동차 기업 비야디(BYD)가 선보인 1톤 전기트럭 ‘티포케이’(T4K)
이처럼 가성비 있는 가격을 앞세웠지만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꿀리지’ 않는 첨단기술과 성능을 제공하는 것도 중국산 자동차의 또 다른 강점으로 지목됐습니다. 멕시코 은행 방코 바세 소속 데이비드 바레라 사업 개발 책임자는 “중국 기업들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은 멕시코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과 비교했을 때 멕시코 소비자 대부분은 유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멕시코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친환경 모델 판매도 적극 추진 중입니다. 중국 전기차 선두기업 비야디(BYD)가 현지 판매를 시작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멕시코에서 중국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비중은 지난 2016년 0.5%서 올해 8월 기준 5.5%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아직 멕시코시장에서 친환경 차량은 높은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으로 주요 이동수단은 아니지만 중국 기업들이 내년부터 대대적 할인을 예고하면서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특히 비야디는 현지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 매장에 전기충전소를 설치하는 등 전기차 판매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비야디 미주 지역 책임자 스텔라 리는 “우리는 멕시코의 자동차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대형 계획들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앞으로도 멕시코에서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로 주춤했던 경쟁사들의 차량 재고가 회복되면서 시장 확대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스텔란티스, 닛산, 폭스바겐 등은 모두 팬데믹 이후 멕시코시장에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북미산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관계인 멕시코에서의 입지 강화를 추진 중입니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은 멕시코에서의 생산 확대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멕시코 북동부 누에보레온에 초대형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싱크탱크 멕시코경쟁력연구소의 헤수스 카리요 이사는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멕시코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밀려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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