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시의회, 내년 예산 삭감으로 또 충돌…노조 경고
시의회 "본회의에 시장과 간부 공무원 전원 불참에 강한 유감"
노조 "시-의회 갈등으로 공무원과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경기 고양시가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온 시의회와 내년 본예산안을 두고 또다시 충돌했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2024년 본예산안을 비롯해 반복되는 시의회 일각의 '비상식적 예산 심의'에 유감을 표하며 적극적인 소통과 협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시장은 2024년 본예산안 최종 의결일인 지난 15일 "원칙과 상식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예산 심의로 더 이상 공직자와 시민이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어 "취임 초부터 야당을 중심으로 한 '시장 발목잡기'가 시작됐다"며 "그 주요 타깃은 예산"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그간 집행부의 발언과 태도, 기업 유치를 위한 정상적 국외 출장 등까지 빌미 삼아 시장 핵심 예산에 대한 표적 삭감과 의도적 부결, 파행이 거듭됐다"며 "그 과정에서 빚어진 비상식적인 결과들은 집행기관인 고양시와 108만 시민들이 오롯이 떠안았다"고 비난했다.
그 일례로,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경제자유구역, 도시 재정비, 킨텍스 복합개발, 시민복지재단 등 고양시의 발전을 위한 주요 예산이 시장의 관심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차례 부결되거나 때를 놓쳐 통과됐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 숙원인 고양시 광역철도 개선 용역은 지난해 2차 추경에서 부결됐다가 반년 뒤인 올해 초에야 뒤늦게 의결됐다.
시의회, 시 10개 이상 연구용역비·전 부서 업무추진비 삭감
고양시의회는 2024년 본예산안의 경우 현재 10개 이상의 연구용역비를 전액 삭감했다.
연구용역비는 정책을 시행하기 앞서 타당성 분석, 기본계획 수립 등 정책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설계하기 위한 필수 예산이다.
시의회는 2024년 예산안에 △고양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용역 △고양시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건축 기본계획 수립 △공립박물관 건립 타당성 조사 용역 등 경관·도로·도시 인프라 등의 확충‧정비를 위한 연구용역비를 모두 없앴다.
특히, 법으로 의무화한 도로 건설관리계획 수립 용역, 도시 경관계획 재정비 용역 등까지 없앴다.
또 원당역세권 일원 종합발전계획 수립, 원당역세권 가로공원 조성 등 원당 재창조 사업을 위한 예산도 지난해에 이어 일괄 삭감됐다.
의회는 심의 중 내년 시청, 사업소, 구청, 동 행정복지센터 등 고양시 전 부서의 업무추진비를 모조리 없애버렸다.
업무추진비는 각종 회의, 간담회 등 사업 추진에 수반되는 기본경비다. 지난해 의회는 2023년 본예산 심의에서 전 부서의 업무추진비를 90% 삭감했으나, 같은 해 1차 추경에서 일부 상향 편성한 바 있다.
의회는 2024년 예산안에서 의장단의 업무추진비가 90% 삭감 편성된 것에 반발하며 이번에는 업무추진비를 일괄 삭감했다.
시의회 "본회의에 시장과 간부 공무원 전원 불참에 강한 유감"
고양특례시의회는 본회의에 이 시장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 전원이 불참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시의회는 "이번 제2차 본회의는 2024년도 예산안 의결 등이 예정된 중요한 자리였으나, 이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간부 공무원 전원과 함께 불참했다"며 "의회와 항상 열린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고 일관되게 답변했던 이 시장 본인의 말을 무색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적극적인 소통과 협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면서 의회가 예정돼 있는 날에 회의에 불참하며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시의회는 "예산편성권은 집행부의 권한이지만, 의결·심의권은 의회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이 시장의 '2024년도 본예산안 제안 시정연설'처럼 건전 재정에 방점을 둔 예산편성에 공감해 의회 업무추진비 등을 자진 삭감해 의결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집행부와 함께 고통분담을 통해 시민과 함께 힘을 합쳐 이겨내겠다는 34명의 고양시의원의 의지표명"이라고 전했다.
시의회는 "'고양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용역'은 이미 지난해 5월 착수해 진행 중인 용역으로 앞으로 추진하는데 무리가 없다"며 "국토교통부에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내년도 기본방침 수립 후에 절차를 밟아 갈거라 밝혀 이에 맞춰 신중히 진행하고자 한 부분으로, 1기 신도시와 구도심 재정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식 시의장은 회의에 안선 발언에서 "지금까지 의회와 소통, 협치, 협업을 함께 해온 것인지 아쉬움을 표명하며 우리 고양특례시의회 의원 모두는 대화와 소통의 문을 항상 열어놓고 현안사항에 대해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노조 "시-의회 갈등으로 공무원과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고양시 공무원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고양시와 시의회 간의 갈등으로 3600여명의 고양시 공무원과 100만 특례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비판했다.
노조는 "시와 의회는 서로 다른 의견이나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결국 운명 공동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고양시장은 의회의 권한을 인정하고 의회와 협의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예산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시장의 역할은 의회, 경기도, 중앙정부와도 협력해 최대한 고양시민 복리에 힘을 써야 함에도 시의회와 감정싸움에 샅바를 잡고 온 힘을 다해 넘어뜨리려 하는 행동에 100만 특례 시민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이 현상이 지속되면 고양시 행정의 수준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시장에 대한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면서 "노조는 시-의회와의 격화되는 정쟁에 공무원만 피해를 입는다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또 "작년에도 시의원과 본청과 대립으로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일을 할 수가 없어 매우 힘들었다"며 "작년처럼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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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k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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