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 美 본사에 디지털 폭포·숲이 있는 이유는… “사무실을 ‘초경험’ 느끼는 공간으로 만들어라”
”초경험은 물리적 요소와 디지털 요소 결합해 나타나”
“업무 공간에서 일어나는 초경험은 새로운 일을 시도하도록 유도”
”훌륭한 사무실, 좋은 업무 문화 지원… 열악한 문화 위장은 못해”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즈포스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 로비에는 높이 약 3.8m, 너비 약 30m의 거대한 디지털 벽이 설치돼 있다. 약 640만픽셀로 구성된 고화질 화면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레드우드 국립공원의 숲이나 진짜 폭포와 똑같은 시뮬레이션 영상이 현실감 있게 펼쳐진다. 이런 광경을 눈으로 보면서 출근하는 세일즈포스 직원들은 경외감을 느끼며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제레미 마이어슨 명예교수는 9년 연속 세계 대학 순위에서 미술·디자인 부문 1위를 차지한 영국 왕립예술대의 헬렌 햄린 센터 설립자이자 세계적 공간 디자인 권위자다. 그는 16일 조선비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종종 초경험(Super-Experience)은 물리적 요소와 디지털 요소를 결합해 나타난다”면서 “업무 공간에서 일어나는 초경험은 새로운 일을 시도하도록 직원들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행동과 사고방식을 전환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마이어슨 명예교수는 개인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촉발된다면 흥미와 호기심이 영감을 자극해 조직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한국 기업인들이 초경험이 거창한 디자인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직원들이 더 행복하고, 더 소속감을 느끼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직원들이 자녀를 직장에 데려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마이어슨 명예교수는 지난달 미래학자 필립 로스와 공동 출간한 저서 ‘일과 공간의 재창조(업무 공간의 틀을 깬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사무실의 역할과 의미를 설명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아마존은 2018년 미국 시애틀 도심 한가운데 지구본 모양의 온실을 의미하는 ‘더 스피어스(The Spheres)’를 지었다. 4만그루의 식물을 심어 직원들이 거닐고 사색하며 영감을 얻는 공간이라고 한다. 이상적으로는 자연 속 업무공간에서 동료들과 교류하고 업무에 집중도 잘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마존 전현직 직원들이 이야기하는 그들의 일상은 매우 고되고 힘들다.
“아마존은 값비싼 기업 본사에서 편안하게 근무하는 지식 근로자와 창고 및 물류 센터에서 고생하는 근로자 간의 근무 경험 차이를 보여주는 예이다. 시애틀의 더 스피어스는 건물 측면에 자연 산책로가 있고 매우 인상적이다. 그러나 IT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해로운 문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특히 압박이 심하고 아마존이 비판을 받아온 물류 및 배송 분야에서 나타난다. 훌륭한 사무실 디자인은 좋은 업무 문화를 지원하고 강조할 수 있지만 열악한 문화를 위장할 수는 없다. 조직적 가치와 행동, 특히 정신 건강이 중요하다. 사무실에 조명과 가구가 훌륭하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세일즈포스를 최상의 업무 현장 경험을 제공하는 ‘초경험(Super Experience)’의 예로 제시했는데. 한국 기업 경영자들이 직원들을 위해 초경험을 위한 물리적 공간을 꾸미고자 한다면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라고 조언하겠나.
“세일즈포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 로비에 숲이나 폭포를 보여주는 대규모 고해상도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초경험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직원들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며 영감을 주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초경험은 ‘감성적 측면 뿐만 아니라 지적 측면에서도 호소력이 있는 근무 경험’을 말한다. 종종 초경험은 물리적 요소와 디지털 요소를 결합해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대규모로 실행될 필요가 없으며, 작지만 친밀하여 직원들에게 의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인들이 초경험을 거창한 디자인에서 온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직원들을 더 행복하고, 더 소속감을 느끼고, 가족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생각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직원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의 자녀를 직장에 데려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자체로 초경험을 만들어낼 것이다.”
─기업들 입장에서 물리적 공간을 바꾸는 것이 많은 투자가 필요하나 어쩌면 쉬운 결정일 수 있다. 반면 기업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은 투자는 적을 수 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이것이 많은 CEO들의 고민일 것이다. 당신은 물리적 공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물리적 공간의 변화가 기업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기여한다고 보는가.
“공간 재설계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좋은 근무 문화를 지원할 수 있지만 열악한 문화를 위장하거나 개선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신뢰를 받고 있는지, 회사가 좋은 업무 환경을 갖추고 있는 지와 같은 근본적인 조직에 대한 신념 체계가 더 중요하다. 기업문화 개선은 리더들이 자신의 신념과 가정에 도전하고 이를 바꿔나가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권위적인) 나이 많은 남성들이 주도하는 기업 문화에서는 변화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구글처럼 전 세계에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기업들은 혼합된 노동력(blended workforce)을 지원하기 위해 ‘캠프 파이어(camp fire·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이 동그랗게 둘러앉고 사람들 사이사이에 모니터를 배치해 회의를 진행하는 방식)’와 같은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아니라면 이 같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업무 시대에는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회사에서 직원에게 화상회의 장비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마치 사무실의 조명이나 화장실과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전 세계 기업의 과제는 사무실의 직원과 원격지에서 근무하는 직원 간의 하이브리드 협업이다. 사무실에 앉아 하루 종일 ‘줌’ 화상회의를 한다면 동료의 업무에 방해가 되고 대면 상호작용에도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본사 사무실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어떠한 방해 없이 자유롭게 화상회의를 할 수 있고 방음이 된 공간을 만들 것을 권한다.”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손에 들고 자라며, 이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Z세대에게 사무공간의 역할은 이전과 달라져야 하나.
“그렇다. Z세대는 하루 종일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프라인 사무실에서 2가지 사항을 기대한다. 첫째, 사무실에 상주하는 인원에 따라 가시성과 연결성을 제공하는 모바일 앱을 통해 다양한 설정을 제공하는 활동 기반이 필요하다. 둘째, 근무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이를 ‘혁신 구역’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보다 활기찬 근무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레스토랑, 카페 뿐만 아니라 대학 연구센터, 문화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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