앺세권 신조어까지 등장한 ‘애플 하남’…1:1 전문 상담부터 사용법 강의까지 다 있네
주변 상인들 ‘앺세권’ 신조어 만들어 불러
단순 판매 넘어 ‘상담부터 교육까지’ 한자리서 가능
방문객 대부분 20~30분 넘게 머물며 제품 체험
80명 상주 직원 전문성 최고 수준 자부심
지난 14일 오후 1시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 1층에 위치한 애플 하남. 이곳은 서울 시내에서 벗어난 첫 번째 애플스토어다. 평일임에도 매장은 아이폰, 에어팟, 애플워치 등을 체험하기 위해 찾은 방문객 80여명으로 붐볐다. 관심이 높은 아이폰15의 경우 제품을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방문객 연령대도 다양했다.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부터 2030대 청년, 4050대 직장인, 60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가 애플 하남을 찾았다.
애플 하남은 오픈 일주일 만에 스타필드 하남을 방문하면 꼭 찾아야 할 명소로 자리 잡았다. 프리스비, 투바 등 기존의 애플 리셀러(제품만 판매하는) 매장과 달리 애플 하남은 직원에게 1:1로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애플 제품 사용법과 활용팁을 얻을 수 있는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제품 수리까지 가능하다. 한마디로 애플의 복합 서비스 공간인 셈이다.
애플 하남이 들어서면서 주변 상인들은 ‘앺세권(애플+역세권)’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애플 하남 주변에서 강아지 옷을 파는 한 상인은 “주변 매장 직원들이 애플스토어 가까이 있다는 의미로 앺세권이라는 말을 만들어 부르더라”라며 “애플 하남이 오픈한 지난 주말부터 확실히 1층을 찾는 손님이 많아지긴 했다”라고 했다.
◇ 제품만 파는 판매점 중심에서 체험 및 소통 공간으로
“애플 하남은 단순히 제품만 구입하는 공간을 넘어 ‘애플’을 키워드로 직원과 소통하는 공간 같아요.” 지난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고 다음 달 유럽 여행을 계획 중인 김아빈(가명·19)씨는 애플 하남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아이폰12 미니를 사용 중인 김씨는 애플 하남에서 아이폰15 프로로 트레이드 인(기존 기기를 가져오면 일부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했다.
김씨는 새 아이폰을 구입한 뒤로도 1시간 넘게 매장에서 머물렀다. 연락처, 사진, 음성녹음 등 모든 데이터를 기존 아이폰에서 새 아이폰으로 옮겼다. 또 미리 예약한 ‘투데이 앳 애플’ 세션을 통해 평소 알지 못했던 아이폰 사용팁 강의를 들었다. 구입하고 싶었던 무선헤드폰 에어팟맥스를 15분 넘게 청음했고, 아이패드에 있는 음악 앱 ‘개라지 밴드’를 통해 즉석에서 벨소리를 작곡하기도 했다. 김씨는 “애플스토어는 할인이 없어 온라인보다 비싸지만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애플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꼭 애플스토어에서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라며 “애플 하남은 국내에 있는 다른 애플스토어 대비 공간이 넓어 제품을 체험하는 데 더 안락한 것 같다”라고 했다.
애플은 애플 하남을 판매를 위한 공간으로 설계한 기존 전자제품 매장과 달리 체험 및 상담 중심으로 만들었다. 매장 중간에 있는 테이블 14개 중 8개에만 제품이 설치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은 나머지 6개 테이블에는 의자를 두고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제품을 체험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이유로 매장을 찾는 방문객들의 체류 시간도 평균 20~30분으로 기존 전자제품 매장 대비 길었다. 이날 애플 하남을 찾은 정진광(가명·41)씨는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아이맥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에어플레이 사용법을 테이블에 앉아서 문의했고, 김도현(가명·24)씨는 에어팟 2세대와 3세대의 차이점을 직원들에게 듣기도 했다.
◇ 전문 직원과 1:1 상담 “백화점 VIP 룸 들어온 느낌”
애플 하남은 ‘지니어스 바’ 전용 공간이 마련된 유일한 매장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니어스 바는 개인화된 공간에서 대면으로 애플의 기술과 서비스, 하드웨어에 대한 상담을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 공간이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맥북 수리를 맡기거나 아이폰과 맥북을 연동하는 방법 등을 전문 직원인 지니어스가 직접 알려준다.
지니어스 바를 찾은 백윤석(가명·55)씨는 “백화점 VIP 룸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라고 호평했다. 사용 중인 애플펜슬 2세대가 충전이 되지 않아 애플 하남을 찾은 백씨는 지니어스 바에서 고장 난 애플펜슬을 반납하고 리퍼 제품을 받았다. 백씨가 지불한 건 배터리 교체 비용 4만원이 전부였다. 백씨는 “전문 직원이 제품 테스트부터 수리 방법 안내, 결제까지 한자리에서 해주니 편했다”라며 “왜 젊은 사람들이 애플스토어를 찾는지 조금 알 것 같다”라고 했다.
애플은 애플 하남의 차별점으로 ‘전문성 있는 직원’을 내세웠다. 80명의 애플 하남 직원 대부분이 5년 이상 애플에서 일했다. 가로수길, 명동, 여의도 등 국내 대표 애플스토어에서 근무한 경험도 많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로도 서비스가 가능하다. 특히 하남 출신 직원도 있어 하남과 하남 주민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다. 애플 관계자는 “애플 하남에서 일하는 80명의 직원은 전문 상담과 소통을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했다.
◇ 제품 노출 늘려 생태계 만드는 애플, 가전 중심 삼성은 생태계 구성 한계
애플은 ‘에어팟-애플워치-아이폰-아이패드-맥’으로 이어지는 애플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애플스토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에어팟 사용자에게 아이폰을 노출해 아이폰 구입을 유도하고, 아이폰 사용자에게는 맥북을 체험하도록 해 제품 판매를 늘리는 식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애플은 다른 제품군으로 옮겨갈 수 없도록 묶어두는 락인(Lock in)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삼성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플라자를 삼성스토어로 개명, 상담 및 체험 경험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애플과의 경쟁에서는 부족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냉장고, 세탁기, TV 등 가전제품 판매가 주를 이루는 공간에서 ‘버즈-워치-갤럭시폰-갤럭시북’으로 이어지는 갤럭시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자체 운영체제인 iOS로 묶인 애플과 달리 갤럭시는 많은 회사들이 쓰는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만큼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건 쉽지 않은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점유율이 애플에 크게 앞서지만, 애플이 젊은이를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는 것은 삼성에게 큰 위협으로 작용한다”라며 “애플의 국내 시장 공략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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