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윤·임선혜·이경재 "몸 활짝 열고, 스토리텔링!"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성악가를 캐스팅할 때 얼마나 고음이 잘 올라가는지, 성량이 얼마나 좋은 지로 하지 않아요. 무대에서 노래할 때 말하고자 하는 내용, 연기하는 캐릭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보여야 해요. 한국인이 외국 오페라 무대에 캐스팅됐다면 고음이나 성량 때문이 아닙니다. 현지인보다 스토리텔링을 잘했기 때문이죠."
독일 성악가들의 최고 영예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후 후학양성을 위해 모교 서울대로 돌아온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윤태현·51)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나섰다. 서울대 음대 후배인 소프라노 임선혜, 오페라 연출가 이경재와 함께 예비 성악가를 길러내는 마스터클래스 '성악예찬'의 멘토단으로 힘을 모았다.
오디션을 통해 소프라노 장지혜·박희경·신채림·이수아, 테너 도윤상·박상진, 바리톤 남궁형, 베이스 노민형 등 8명의 성악도를 선발, 지난 8월부터 4개월간 직접 이들을 지도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젊은 음악가를 발굴하기 위해 창립된 '영아티스트포럼앤페스티벌'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할 수 있는 지보다 가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 무대 위에서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 지를 가르치는데 집중했다. 8명의 성악도는 오는 24일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오페라 파티 '성악예찬'을 통해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선보인다. 사무엘윤과 임선혜가 직접 무대에 올라 해설한다.
사무엘 윤은 최근 서울 서초구 헬덴뮤직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만나 "독일의 경우 학교에 소속돼 있어도 학생들이 다양한 루트로 다른 학교 교수들의 마스터클래스를 듣고, 1년에 2번 정도는 학교에 온 극장장으로부터 직접 평가 오디션을 받는다"며 "한국에서는 이런 기회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성악가로서의 인생이 바뀌게 되는 시기잖아요. 그런데 학교만 다니고 있으면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없어요. 자기 선생님에게 얽매일 수 밖에 없고요. 국립오페라단 등 국립단체에서 가끔 단발성 이벤트로 마스터 클래스가 이뤄지기도 하는데 한계가 있죠. 학생들에게 좋은 이런 기회들이 다발적으로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사무엘윤은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레퍼토리, 유학지, 스토리텔링 방법 등을 조언했다. "샹들리에처럼 반짝반짝하는 친구가 노래를 어둡게 부르더라고요. 반짝반짝한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는 레퍼토리를 추천했어요. 표현이 몸 속에만 있는 학생에게는 에너지를 몸 밖으로 발산할 수 있게 도움을 줬어요. 학생의 특성에 잘 맞는 유학지도 추천해주고요."
목소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지도 조언했다. "항상 후배들에게 '절대 급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대중의 시선이 집중되면 '하면 안 되는 선'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주 짧은 기간 활동하며 목소리를 잃는 경우가 종종 있죠. 몸이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자신의 시간을 알아야 하는데 성공의 시간에 맞춰 나를 맡기면 급류에 휩쓸리게 돼요. 성악가는 그점을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사무엘 윤의 권유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임선혜는 자신의 수업 뿐 아니라 다른 멘토의 수업도 참관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마스터클래스를 하면서 음악계 안에서도 성악을 다루는 것에 있어 서툰 점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우리의 몫이기도 한데 이런 일에 소홀했구나 싶었습니다."
임선혜는 "학생들이 너무 예뻐서 제가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싶고, 아이디어를 제안해주고 싶었다"며 "이 아이들과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가르치며 배운다는 게 뭔지도 알게 됐다"고 했다.
"요즘 친구들은 셀카도, 영상도 많이 찍으니 우리 세대보다 자기표현을 잘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많은 매체를 본다고 상상력이 길러지지 않아요. 한 친구에게 스토리를 만들어가자고 조언을 했는데 한 곡이 잘 됐어요. 자신감을 얻더니 다른 곡을 할 때도 자신감 있게 하더라고요. 반가웠죠."
임선혜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초빙해 학생들이 음성학, 해부학을 기반으로 목소리를 사용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저희는 목이 악기잖아요. 그런데 목을 다치고 나야 그 악기에 관심을 갖죠. 학생들이 쫄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이 멋지고 훌륭한 일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경재 연출가는 몸을 쓰는 방법을 지도했다. 무대에서 몸을 활짝 열고, 아리아를 부르며 돌아다니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이경재는 "우리 학생들은 시키는 것을 잘 하는데 최적화돼 있다"며 "자신만의 목표를 갖고 공감을 형성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르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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