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LG 출신 발탁…KBO 현역 단장 10명 중 무려 6명, 왜 이렇게 많은 걸까
[OSEN=이상학 기자] LG 트윈스 출신 단장이 또 한 명 생겼다. KBO리그 10개 구단 단장 중 6명이 LG에서 프로야구 커리어를 시작한 ‘트윈스 출신’이다.
SSG 랜더스는 지난 15일 신임 단장으로 김재현(48) LG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를 선임했다. ‘캐넌 히터’라고 불리며 1994~2010년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활약한 김재현 단장은 선수 은퇴 후 방송 해설위원, 한화 타격코치, 국가대표 타격코치를 거쳐 올해 1월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친정팀 LG에 19년 만에 돌아왔다.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SSG 단장으로 발탁돼 프런트 수장에 올랐다.
김재현 단장은 SSG와도 인연이 있다. 전신 SK에서 2005~2010년 6년을 뛰며 주장을 맡는 등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재현 단장에게 SSG는 익숙한 팀이다. 하지만 1994년 LG에서 고졸 신인 최초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우승을 이끄는 등 11년 몸담은 트윈스 색채가 아무래도 강하다.
이로써 KBO리그 10개 구단 단장 중 6명이 LG 출신으로 절반을 넘어서는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김재현 단장을 비롯해 차명석(54) LG 단장, 손혁(50) 한화 단장, 심재학(51) KIA 단장, 이종열(50) 삼성 단장 등 5명이 1990년대 LG 선수 출신이다. 나도현(53) KT 단장도 LG 구단 프런트로 프로야구에 입문했다.
차명석 단장은 1991~2001년 10년간 LG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은퇴 후 방송 해설위원을 거쳐 2004년부터 LG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두 번의 해설위원 활동기와 2016년 KT 육성군 총괄코치로 보낸 시간을 제외하면 LG에 쭉 있었다.
2018년 10월 LG 단장에 선임된 뒤 5년간 구단을 운영을 책임졌고, 올해 29년 만에 통합 우승으로 오랜 한을 풀었다. 확고한 퓨처스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 뎁스를 강화했고, 시의적절한 투자로 지속 가능한 강팀의 초석을 잘 다졌다.
손혁 한화 단장은 1996~1999년 4년간 LG 투수로 몸담았다. 1998~1999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주축 선발이었다. KIA, 두산을 거쳐 2004년 끝으로 선수 은퇴 후 한화 투수 인스트럭터, 해설위원을 거쳐 2015년 넥센(현 키움)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8~2019년 SK 투수코치를 거쳐 2020년 키움 감독도 지냈다. 2022년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한화에 합류한 뒤 단장으로 올해 첫 시즌을 마쳤다. 2년간 4명의 FA 선수를 영입하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심재학 KIA 단장은 1995년 LG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1999년까지 5년을 뛰었다. 중장거리 타자로 활약했지만 강한 어깨를 인정받아 1999년 투수로 전향했다. 1년 만에 투수 전향을 접은 뒤 현대로 트레이드된 심 단장은 두산, KIA를 거쳐 2008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2009년부터 10년간 히어로즈 코치를 지냈다. 2019년부터 5년간 해설위원, KBO 기술위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5월 공석이 된 KIA 단장 자리에 갔다. 포수 김태군을 트레이드로 데려와 연장 계약하며 전력 안정화를 꾀했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1991~2009년 LG에서만 19년을 보낸 원클럽맨이었다. 현역 시절 스위치히터로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한 수비형 선수였다. 은퇴 후 LG 코치를 하다 미국 대학야구 유학을 다녀왔고, 2015년부터 9년간 방송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이 기간 대표팀 수비코치, 전력분석팀장을 맡으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어 지난 10월 삼성 구단 최초로 선수 출신 단장에 선임됐다. FA 불펜 김재윤을 영입한 뒤 일본, 호주, 미국 등을 분주히 오가면서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다.
나도현 KT 단장은 선수 출신은 아니다. 임선남 NC 단장, 박준혁 롯데 단장과 함께 3명의 비선수 출신 단장 중 한 명이지만 야구단 경력이 오래됐다. 1999년 LG 야구단에 입사해 운영팀과 외국인 스카우트 일을 했다. 국내 최초 비선수 출신 스카우트로 2007년 메이저리그 스카우팅 교육을 수료했고, 2010~2012년 LG 운영팀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3년 창단한 신생팀 KT로 옮겨 운영팀장, 데이터기획팀장을 맡았다. 지난해 2월 KT 단장에 올랐고, 2년 연속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뒷받침했다.
나도현 단장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LG 선수 출신 단장들은 차명석 단장을 빼고 선수를 그만둔 뒤 LG에서 몸담은 기간이 없거나 짧다. LG 선수 출신 외에 해설위원으로 오랜 시간 활동한 공통점도 있다. 모두 해설가로 방송가와 야구팬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았다. 해설을 잘하기 위해선 수려한 언변과 입담, 화술이 기본적으로 받쳐줘야 한다. 1990년대 신바람 야구로 전성 시대를 구가한 LG는 KBO리그를 선도하는 세련된 팀이었고, 서울 연고지로 선수들의 미디어 노출도 어느 팀보다 많았다.
하지만 야구 해설로 인정받기 위해선 말만 잘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해박한 이론을 갖춰야 하고, 매년 바뀌는 야구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선 끊임없는 공부와 소통도 필요하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해설위원으로서 객관적 시선과 견해, 10개 구단을 두루 보면서 느낀 깊이는 단장 면접 때 다른 후보자에 비해 유리한 측면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해설을 하면서 대표팀 코치나 기술위원, 야구 저서 출간 등 다양한 외부 활동으로 쌓은 경험도 단장으로서 구단 전체 살림을 꾸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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