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상황 급변, 내년 초 교체하려던 한동훈 조기 차출키로
다음주 추가 개각
하지만 불과 나흘 뒤인 15일 아침 윤 대통령 귀국 행사장에서 윤 대통령을 맨 앞에서 맞이한 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김 전 대표가 지난 13일 전격 사퇴하면서 윤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까지 맡게 됐기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허리를 굽히고 깍듯이 인사하는 윤 원내대표에게 “수고가 많았습니다”라며 짧은 격려 인사를 건넸다. 정가에선 “대통령 순방 기간에 급변한 여권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란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귀국 후 곧바로 관저로 돌아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개각 및 정책 현안과 당내 상황 등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다른 수석들은 배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접견 외엔 모든 일정을 비워두고 정국 구상에만 몰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와야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비대위원장 인선을 둘러싸고 설전이 벌어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다음주 초 추가 개각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비대위원장 차출 여부에 따라 개각 규모가 유동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당초 한 장관을 내년 1월 초에나 내보낸다는 방침이었다. 윤석열 정부 내의 대표적인 ‘스타 장관’을 최대한 아껴 써야 하고, 그런 만큼 개각도 한 장관만 따로 하면서 여론의 주목도를 최대한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 사퇴 이후 당내 상황이 급변하면서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내 논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당장 다음주 개각 대상에 한 장관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조기 차출설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한 장관의 후임으로는 박성재·길태기 전 서울고검장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아직 유력한 법무부 장관 후보는 없는 상태”라며 “여러 법조인이 검증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주 초 개각엔 3주째 공석 상태인 국정원장 임명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외교부 장관 교체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장에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이동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조 실장이 임명될 경우 외교안보 라인 연쇄 인사는 여러 경우의 수가 검토 중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의 총선 출마에 따른 후임자로는 조태열 전 유엔대사가 유력한 가운데 최근엔 장호진 외교부 1차관도 부상하고 있다. 장 차관이 외교부 장관 적격자로 판단될 경우 기존에 외교부 장관 후보로 검토됐던 조 전 대사는 안보실장에 임명될 수 있다. 반면 조 전 대사가 장관으로 가게 되면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안보실장 후보군에 포함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후보군이 모두 외교관 출신이라 외무고시 기수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방문규 산자부 장관의 후임자로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는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안 본부장이 이동할 경우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으로는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떠오르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경우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신설 계획과 맞물려 유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임 과기수석엔 유지상 전 광운대 총장이 검토 중이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의 후임으로는 CNN 서울지국장을 지낸 손지애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가 검토 중이다. 총선 출마설이 제기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경우 장 차관이 총선 출마를 고사해 당이 계속 설득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당무와 관련한 공개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지만 당의 혁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을 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을 중심으로 국민의 기대에 걸맞은 희생과 혁신을 통해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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