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혁신 요구 쏟아져도 “우리 시간표대로 간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날 비명계 4인(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의 ‘원칙과 상식’이 요구한 대표직 사퇴와 비대위 구성에 대한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친명계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 사퇴와 장제원 의원 불출마를 거론하며 “이게 혁신이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것을 국민의힘의 혁신이라고 생각하고 ‘민주당은 뭐 하느냐’고 이야기하는데 대통령 한마디에 물러나는 게 혁신이냐”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민주당의 혁신의 시간에 따라서 움직이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도 “이 대표 없는 총선을 치르자는 주장은 당내에 매우 소수”라며 “당 지도부 흔들기”라고 했다.
‘원칙과 상식’은 이 대표가 연말까지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친명계는 “본인들 탈당을 위한 정치적 포석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에서 비대위 관련 논의가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없었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현재 지지율과 이 대표 신상에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대표가 총선을 지휘할 것”이라고 했다. 체포동의안 가결과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 대표직을 ‘사수’한 이 대표 본인으로서도 당내 극소수에 불과한 비명계의 사퇴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부가 위기의식이 없다” “이러다가 국민의힘에 혁신 경쟁에서 질 수도 있다”는 당내 우려도 있다. 오영환·홍성국·이탄희 등 초선들이 연이어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당 지도부를 비롯해 86 그룹,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다선들의 희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향후 공천을 앞두고 논란이 될 수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오죽하면 초선들만 불출마를 하느냐, 기득권 중진들은 뭘 하느냐는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국민의힘의 쇄신 과정,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제3지대 신당 움직임 등 정치권의 각 변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상황이다. 이 대표의 거취 역시 이런 상황과 맞물려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이 대표 출마 지역을 놓고서도 친명계에선 이 대표가 “수도권 압승을 위해 비례대표 순번을 받고 선거 지휘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불출마나 경북 안동 등 험지를 택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대표는 최근 연일 ‘단합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지금 당 리더십이 흔들려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지도부가 각종 혁신 요구를 외면할 때도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대선, 총선, 지선을 7번 치러본 사람”이라며 “감각적·본능적으로 쇄신의 때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가 언급한 ‘민주당만의 혁신의 시간’은 바로 이 대표의 의중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친명계에선 이 대표가 전면에서 선거를 지휘하되 필요하다면 중도 확장성이 높은 인사를 선대위 등에 포진시키는 방안 등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적으론 이 대표의 2선 후퇴 같은 ‘최악 시나리오’ 역시 아예 배제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으로는 안 된다’며 지지율이 폭락하는 극단 상황이 올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것이 민주당 판단이다. 야당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너무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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