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이 쇠파이프 폭행하고 물고문… 한총련 때 심해
더불어민주당이 정의찬 당대표 특보에게 총선 출마 ‘적격’ 판정을 내렸다 번복하면서 조명받은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 외에도 운동권에선 과거부터 수차례 민간인 감금·폭행 사건이 있었다. 그중에는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특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후신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시절 벌어진 이석·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은 학생운동 쇠퇴에 결정타를 날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것은 1984년 9월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이다. 임신현(당시 25세), 손현구(당시 19세), 정용범(당시 25세), 전기동(당시 29세) 등 민간인이 서울대 학생운동권으로부터 경찰 프락치(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는 정보원)로 몰려 최대 6일 동안 감금·폭행당했다. 전기동씨는 과거 인터뷰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학생이라고 밝혔고 교수를 통해 신분도 확인했지만 믿지 않고 폭행을 계속했다”며 “전두환과 같은 전씨라고 심하게 폭행했다. 미개한 사고방식이었다”고 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과 법원은 피해자 4명이 프락치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당시 유시민 서울대 복학생협의회 회장은 이 사건으로 1심에서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유씨는 ‘항소이유서’에서 “조사를 위한 감금에 명백히 찬동했으며 또 잠시나마 직접조사에 임한 적도 있다”고 했다.
전대협 때인 1989년 10월에는 연세대 만화 동아리 ‘만화사랑’에 신분을 위장해 가입했던 동양공업전문대학(현 동양미래대) 학생 설인종(당시 20대)씨가 안기부 프락치로 몰려 고문을 받다가 숨졌다. 당시 연세대와 고려대 운동권 학생들은 설씨 이름이 연세대 학적부에 없다는 이유로 장시간 각목으로 구타하고 정신을 잃으면 물을 끼얹어 깨우고 재차 폭행했다고 한다.
한총련 5기 출범을 앞뒀던 1997년에는 출범식을 앞두고 무고한 민간인 2명이 운동권에 의해 숨졌다. 한총련 출범식을 앞두고 한양대를 찾은 선반 기능공 이석(당시 23세)씨는 “(한총련 산하) 남총련 사무실이 어디냐”고 물었다가 프락치로 몰려 감금됐다. 이후 약 15시간에 걸쳐서 폭행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씨가 의식을 잃자 코에 최루가스 분말을 뿌렸고, 폭행 흔적을 숨기기 위해 물에 젖은 침낭에 집어넣고 구타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당시 5기 한총련 의장으로 선출된 상태였던 강위원 이재명 대표 특보는 사건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지만 국보법 위반으로 한 달 뒤 구속됐다. 1년 뒤 대법원은 한총련을 이적 단체로 규정하고 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전남대에서 벌어진 이종권(당시 25세) 치사 사건에서는 한총련 간부들이 만취 상태로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18명이 사법 처리 됐고 그중에는 한총련 산하 남총련(광주·전남 지역 총학생회연합) 의장이었던 정의찬도 포함됐다.
1999년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곽대중 새로운선택 대변인은 “한총련 세대는 민주화를 이뤄낸 전대협 세대보다 성과가 없다는 조급함, 1996년 연세대 사태로 인한 복수 심리 등이 혼재해 있었다”며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로 허깨비를 찾아 죽여 없애야 한다는 인식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강성 의원은 고문·폭행 사실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까지 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은 2022년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분들도 민간인을 고문했다고 그러셨나. 그거 자료로 제출해 달라”고 했다. 당시 한 후보자는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하던 경우에도 민간인을 고문하던 분도 계셨다”고 말했는데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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