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中 공동부유와 韓 상생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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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부유(共同富裕). 지난 2021년 8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의 분배'를 뜻하는 공동부유를 들고나왔다.
금융위원회가 12월 초 개최한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뜬금없이 공동부유가 튀어나왔다.
한 외신 기자는 "은행에 대한 상생 압박이 중국의 공동부유 정책과 닮은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공동부유를 닮은 상생금융이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선심 정책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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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부유(共同富裕). 지난 2021년 8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의 분배’를 뜻하는 공동부유를 들고나왔다. 공동부유는 1952년 사회주의 시스템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었지만 능력 있는 사람이 먼저 부자가 돼야 한다는 ‘선부론(先富論)’에 밀려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선부론은 중국을 미국과 겨룰 수 있는 G2 국가로 키워냈지만 한계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세계 최고 수준의 빈부 격차다. 이 때문에 새로운 국정 키워드로 선부론 대신 공동부유가 등장했다.
금융위원회가 12월 초 개최한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뜬금없이 공동부유가 튀어나왔다. 한 외신 기자는 “은행에 대한 상생 압박이 중국의 공동부유 정책과 닮은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독과점 덕에 금리 상승기에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을 똑같이 잡아 이익이 많이 늘어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외신 기자의 눈에도 한국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상생금융이 시장경제 논리와 맞지 않아 보였던 것 같다.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만 역대급 이자수익을 낸다는 지적이 빗발치며 은행권은 올해 상반기 47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시행했다. 한데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이 또다시 나오자 은행권은 상생금융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2조원 규모다. 상생금융 논의는 은행을 넘어 보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자 장사’는 은행업의 본질이다. 한국의 은행이 비자이수익을 늘려 수익을 다각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이자 장사로 떼돈을 번다고 탓하는 것은 은행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은행의 이자수익이 급증한 것도 장사를 잘해서가 아니라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덕분이다. 기준금리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빨리 올라 은행이 역대급 이익을 거뒀다.
그렇다면 금리 하락기에는 어떨까. 반대의 상황이 된다. 예금금리는 높은 수준에 묶여있지만 대출 금리는 내려간다. 최근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은행이 돈을 벌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자칫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과 가계 대출 연체율이 올라가면 은행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곳간이 넉넉할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탄을 마련해야 한다. 은행이 어렵다고 또다시 세금으로 손실을 채워줄 수는 없지 않은가.
상생금융(相生金融). 본질은 금융소외계층 해소다. 2조원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최대 150만원의 이자를 돌려주면 잠시나마 그들은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 소외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 상생은 정책금융을 활용해 따뜻한 온기가 금융 취약계층에 전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급하게 돈을 빌리고 싶어도 은행 문턱이 높아서, 제2금융권조차 외면해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는 일이 없게 금융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
중국인들은 공동부유의 한계를 경험했다. 기업 규제가 도미노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이어지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빅테크에 대한 철퇴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걸 지켜봤다. 공동부유를 닮은 상생금융이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선심 정책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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