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유공자법’ 또 날치기, 언제까지 운동권 받들어야 하나

조선일보 2023. 12. 16.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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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인성

민주당이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을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에 회부해 제동을 걸려 했지만 진보당 강성희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투입해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이 법안을 정무위 소위에서 통과시킬 때도 국민의힘이 표결에 반대하자 날치기 처리했다. 법사위와 본회의가 남아있지만, 다수 의석을 앞세워 통과시킬 것이다. ‘민주’를 내세운 법안을 처리하면서 시종일관 반민주적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

이 법안은 기존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민주화 운동 관련자 9844명 중 다치거나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829명을 추려 민주 유공자로 지정·예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이미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고 있다. 2000년 이후 4988명이 받은 보상금이 110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민주화 유공자 본인은 물론 부모와 자녀까지 의료·양로 지원을 해주자는 것이다. 자녀 교육·취업 지원은 삭제했다고 하지만, 일단 법이 제정되면 개정을 통해 얼마든지 넣을 수 있다. 과거에도 그런 사례가 많다.

이 법이 제정되면 방화로 경찰관 7명을 죽인 동의대 사건, 운동 자금 마련한다고 무장 강도를 한 남민전 사건, 무고한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감금·폭행한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관련자들까지 민주 유공자 심사 대상이 된다. 게다가 유공자 특혜를 받을 대상자 명단과 공적은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비밀이라고 한다. 유공자가 누군지, 무슨 공을 세웠는지도 모르는 채 세금을 쏟아붓자는 법도 있나.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에도 같은 법안을 냈다가 2021년 스스로 철회했다. ‘운동권 셀프 특혜법’을 만드는 데 대한 국민의 눈총이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자신들의 임기도 끝나가자 안면 몰수하고 밀어붙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치적 비난 소재로 이용할 것이다.

민주화는 운동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수많은 일반 시민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평범한 시민들은 생업으로 돌아와 열심히 일하고 세금 내며 나라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했다. 그 사이 운동권 간부들은 정치권에 진출해 반민주, 반인권을 일삼는 권력 집단으로 변질했다. 이제는 국민 세금으로 운동권의 부모와 자녀까지 도우라고 요구하고, 그 법을 날치기한다. 오죽하면 ‘민주화 운동 동지회’마저 법 제정에 반대하겠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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