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장 폭력에 수백만 조회수, 유해 콘텐츠 해방구 된 유튜브

조선일보 2023. 12. 1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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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먹방하고, 수의 입고 나오고 - 조폭 출신 유튜버가 문신을 드러낸 채 밥을 먹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유튜버가 구치소에서 입었던 수의를 입고 나왔다며 진행하던 방송 장면. 원칙적으로 구치소 수의는 반출이 불가능하다./유튜브 캡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유튜브에 올라온 ‘술방(술 먹는 방송)’ 영상 중 조회 수 상위 100개를 모니터링했더니 99개에서 폭음·욕설 등 문제 장면을 발견했다고 한다. 영상마다 폭음과 만취 장면이 평균 2번 이상, 욕설과 폭력 등 장면이 최소 1번 이상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도 남녀 유튜버들이 술을 마시며 저급한 성적 대화를 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이 중 청소년 연령 제한을 설정한 영상은 하나도 없었다. 실제 술방이 진행될 때 채팅창에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소개한 채팅이 올라온 경우도 있었다.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경찰이 올해 파악한 조직폭력배 유튜버만 12명에 달했다. 이들은 영상에서 조폭 입문 과정을 비롯해 공갈·협박·난투극 등 각종 범죄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이들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올린 이런 영상물만 5546개였다고 한다. 이런 영상은 조회 수가 수백만에 이른다. 모방 범죄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에게 불법 폭력 행위가 미화될 우려가 크다. 하지만 처벌 근거가 없어 경찰이 입건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한다.

이런 유튜브 방송이 판칠 수 있는 것은 조회 수나 구독자 수에 따라 광고 수입을 배분하는 구조 때문이다. 내용이야 어떻든 많이 보기만 하면 돈을 버니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을 만들고 규제도 느슨하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각종 소셜미디어에도 인종과 젠더 혐오 등을 조장하는 유해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영상과 콘텐츠들은 불법의 경계를 애매하게 넘나드는 경우가 많아 현행 법 체계상으로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기업의 자체 규제에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이대로 방치하면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지금의 운영 방식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EU는 올해 8월부터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해 불법 유해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제거하고 이를 어길 경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서비스법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엔 유튜브와 틱톡에 불법 유해 콘텐츠에서 어린이를 보호할 세부 방안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할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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