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15] 뉴욕의 일식노포
일본의 경제 호황기였던 1970년대 많은 종합상사들이 뉴욕에 진출했다. 그리고 주재원들의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장소로 일식당들이 문을 열었다. 대부분의 상사들과 일식당들이 맨해튼의 미드타운 지역에 밀집하면서, “섬나라 일본이 뉴욕에도 하나의 작은 섬을 만들었다”는 표현도 생겼다. 당시 일식당을 찾았던 뉴요커들은 날 생선을 먹는 일본인을 야만인 취급했다. 하지만 단정한 두발에 하얀 유니폼과 넥타이를 착용한 일식 셰프들은 개방된 스시바에서 깨끗하게 식재료를 관리하며 미국인들의 인식을 바꾸었다. 오늘날 스시가 미국에서도 값비싼 고급 음식이 된 과정이다.
현재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일식당은 1963년 문을 연 ‘니폰(Nippopn)’이다. 뉴요커들에게 처음으로 스시를 소개함은 물론, 전 미국 최초로 복요리 허가를 받아 선보인 곳이다. 니폰은 또한 캐나다의 메밀 농장을 구입, 직접 생산한 밀로 제면, 수제 메밀국수를 만들었다. 오랜 시간 동안 캐럴라인 케네디, 마이클 잭슨, 노바크 조코비치를 비롯한 수많은 명사들이 찾는 곳이다.
또 한곳의 노포는 1977년 개업한 ‘구루마스시(Kurumazushi)’. 요즈음 뉴욕의 고급 스시집으로 알려진 ‘마사’나 ‘노즈’를 찾는 젊은 고객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수십 년 전부터 일본 비즈니스맨과 월스트리트 투자가들의 숨은 성지였으며, 뉴욕 타임스의 음식 평론가였던 루스 라이클(Ruth Reichl)이 저서 ‘마늘과 사파이어’에서 극찬했던 식당이다. 이곳의 오너 셰프인 도시히로 우에조는 1971년 미국으로 이민, 이제까지 50년 넘도록 스시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오랜 세월, 그것도 이국땅에서, 한결같이 주방을 지키는 일본인 셰프의 노력은 오늘날 뉴욕의 미쉐린 레스토랑 중 3분의 1을 일식당이 차지하는 성과의 토대가 되었다.
1946년생인 우에조 셰프는 올해 77세, 뉴욕의 최고령 미쉐린 스타 셰프다. 80세까지만 스시를 만든다고 했으니 그의 손맛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난 김에 이번 주말에 들러봐야겠다. 찬바람이 부는 요즈음은 스시가 맛있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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