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고 뽀얀 돈코쓰냐, 소스 찍어 먹는 쓰케멘이냐… 미식이 된 일본 라멘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
도쿄·오사카·후쿠오카 라멘 여행
2023년 10월부터 11월 사이 한국인 여행객이 가장 많이 검색한 일본 여행지는 어디일까. 호텔스닷컴에 따르면 도쿄-오사카-후쿠오카 순으로 집계됐다.
‘아무튼, 주말’은 음식작가 박정배씨에게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이 세 도시의 라멘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도쿄는 일본 최대 라멘 소비처이며, 오사카는 독특한 이름과 복합미를 앞세운 새로운 라멘들이 인기를 얻고 있고, 후쿠오카는 일본 3대 라멘 중 하나인 하카타(博多) 라멘의 발상지이다.
◇도쿄-미쉐린 스타부터 서민형 라멘까지
미쉐린 가이드 도쿄 2023년판에 오른 422개 식당 중 라멘집은 21곳이었다. ‘창작 면공방 나키류(創作麺工房 鳴龍)’ ‘소바 하우스 곤지키호토토기스’(SOBA HOUSE 金色不如帰)’ ‘주카소바 긴자 하치고(中華そば 銀座 八五)’ 등은 1스타를 받았다. ‘라멘=서민의 끼니’라는 등식을 넘어 미식 반열에 올라선 것. 도쿄의 유명 라멘집들은 대부분 테이블이 없고 카운터만 있다. 적게는 6석에서 많아도 15석을 넘기지 않는다. 유명 라멘집은 1시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도쿄의 전통 라멘은 쇼유(간장)를 베이스로 하지만 현재는 다양한 라멘이 존재한다.
라멘 지로 미타혼텐(ラーメン二郎三田本店): 서민의 음식으로 시작된 라멘을 대표하는 가게다. ‘양이 많다’는 뜻의 ‘갓츠리(ガッツリ)’에서 유래한 ‘지이케에(G系)’ 계열의 원조다. 700엔(약 6300원) 하는 라멘의 양이 타 라멘집의 2배가 넘는다. 메뉴는 하나고 양으로 나뉜다. 주문할 때 생마늘·돼지기름·간장·양배추 4가지를 넣을지 묻는다. 양배추, 숙주 돼지고기 꾸미에 다진 마늘이 곁들여져 고봉밥처럼 풍성하다. 국물은 맑지만 염도가 강하다. 면은 굵고 부드러운 데로면(デロ麺)이다. 가수율(수분 함량)이 낮아 국물과 기름 등을 잘 흡수하고 풍성한 야채와 잘 어울린다. 고기는 두툼하게 나오지만 지방과 살코기 비율이 적당해 먹기에 편하고 향도 좋다. 東京都港区三田2丁目16-4, 오전 8시~오후 8시, 일요일·공휴일 휴무
라멘야 토이박스(ラーメン屋トイ・ボックス): 미쉐린 가이드에서 가성비 맛집에 부여하는 ‘빕그루망(Bib Gourmand)’은 물론 일본 최대 식당 리뷰 플랫폼 ‘다베로그’의 100 명점(食べログの百名店), 일본 최고의 라멘집을 뽑는 대회인 ‘라멘 그랑프리’ 등에서 항상 최정상 평가를 받는다. 간장·소금·된장의 3종류 라멘을 모두 파는데, 쇼유라멘이 가장 인기다. 쇼유라멘은 가늘고 섬세한 면에 커다란 돼지 챠슈를 얹고 닭육수에 간장으로 간을 한 국물을 붓고 기름을 얹는다. 그 위로 파란 쪽파를 토핑으로 얹어 라멘을 완성한다. 감칠맛과 기름향이 어우러진 국물이 부드러운 면발과 조화를 이뤄 서민들의 한 끼 음식 라멘을 ‘끼니형 미식’으로 완성시킨다. 東京都荒川区 東日暮里1-1-3, 평일 오전 11시~오후 3시·오후 6~9시·주말·공휴일 오전 11시~오후 3시, 월요일·둘째 화요일 휴무
다이쇼켄(大勝軒): 최근 일본에서는 비벼 먹는 면 문화가 유행이다. 도쿄에서 시작된 소스에 찍어 먹는 쓰케멘(つけ麺)과 나고야 발상의 양념에 비벼 먹는 마제소바(まぜそば)가 비빔 라멘 유행의 양대 축이다. 다이쇼켄은 쓰케멘의 원조이자 여전히 가장 인기 높은 가게다. ‘특제 모리소바(特製もりそば)’가 가장 많이 팔린다. 다이쇼켄의 특제 모리소바가 인기를 얻으며 진한 소스에 국수를 살짝 담그듯 찍어 먹는 스타일의 라멘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쓰케멘이라는 이름이 생겨나며 라멘의 새로운 장르로 정착했다. 돼지뼈와 어패류를 섞은 국물에 간장과 식초를 넣어 알싸하면서도 상큼한 신맛을 낸다. 이 국물에 굵은 면을 찍어 먹는다. 마제소바나 특제 모리소바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비빔 라멘은 찍어 먹는 소바에서 온 문화임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선 소바를 짜고 진한 국물에 소바 면발 끄트머리만 살짝 찍어서 먹는다. 東京都豊島区南池袋2-42-8, 오전 11시~오후 10시, 수요일 휴무
◇오사카-혁신의 라멘들
오사카는 라멘이 별로 인기 없었다. 저렴한 기쓰네 우동, 오코노미야키, 다코야키처럼 밀가루 음식을 뜻하는 ‘가루몽(粉もん) 문화’가 널리 퍼져 있어 라멘이 설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쯤부터 10여 년 새 신규 라멘집이 60%가량 증가했다.
진류이 미나 멘루이(人類みな麺類): 오사카를 넘어 전국구가 된 라멘 가게다. 2012년 오픈한 이래 통밀이 들어간 수제면’과 ‘극히 두꺼운 차슈’, ‘두툼한 멘마’로 줄 서는 라멘집으로 등극했다. ‘차슈(叉焼)’가 유명하다. 차슈는 삼겹살을 양념한 뒤 찌거나 구워 내는 라멘 토핑을 말한다. 찜기에 쪄낸 오겹살 차슈가 두껍지만 부드럽다. 기본 라멘을 고르고 세 가지 차슈 중 하나를 고른다. 면은 부드러움보다는 쫄깃함을 추구한다. 실내가 매우 넓어 긴 줄이 서도 대기 시간이 20분을 넘지 않는다. 大阪府大阪市淀川区西中島1丁目12-15, 평일 오전 10시~오후 3시·주말 오전 9시~오후3시, 연중 무휴
멘니 히카리오 벳테에(麺に光を別邸): 오사카 전통 닭 육수를 기반으로 한다. 여러 종류의 닭과 쇼유를 혼합해 완성한 육수로 유명하다. ‘쇼유노히카리(醤油の光)’와 ‘가이노히카리(貝の光)’가 대표 메뉴. 쇼유노히카리는 염도 1.3으로 일본 라멘치고는 짜지 않은 편이나, 간장 풍미가 강한 타격감을 준다. 교토의 오리에 오쿠히사지샤모(奥久慈しゃも) 품종 닭의 뼈와 마루케에(丸鷄) 품종 닭의 여러 부위를 시간차를 두고 저온에 우려낸 육수에 강한 감칠맛이 강하고 단맛이 살짝 도는 간장을 넣어 만든다. 쇼유는 일본 간장의 발상지인 와카야마현 유아사(湯浅)를 대표하는 노포 ‘가쿠초오(角長)’를 필두로 4가지 간장을 블렌딩했다. 요즘 일본 라멘은 다양한 육수를 블렌딩하는 게 대세다. 大阪府大阪市浪速区難波中1丁目18-8大阪カルチャービル1階,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오후 6~8시 30분, 휴무 부정기적
마루데산카쿠(〇de▽·まるでさんかく): 도미 백탕 라멘(鯛白湯らーめん)이 유명하다. 최근 일본에서는 멸치 육수처럼 해산물 국물 라멘이 유행이다. 이 집의 다이토우 라멘 도로리(鯛白湯らーめんとろり)란 메뉴는 진한 국물(とろり)이란 말처럼 크림 소스 같은 국물에 겉을 태운 도미의 절묘한 조화가 일품이다. 자연산 도미와 물을 8시간 끓여낸 육수에 각종 조개를 넣은 국물이다.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다이칭탕 도로리(鯛清湯さらり)는 맑은 도미 국물인데, 도미의 은근한 향은 바다 내음이 떠오르게 한다. 大阪府大阪市淀川区西宮原1丁目5-6, 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 연중 무휴
◇하카타&구루메-돈코쓰 라멘의 발상지
일본 3대 라멘은 하카타(博多), 삿포로(札幌), 기타카타(喜多方)다. 이 중 하카타 라멘은 돼지 국물을 기본으로 해 ‘돈코쓰(豚骨)’라 부른다. 한국인의 국물 음식이 설렁탕·곰탕·돼지국밥·순댓국처럼 맵지 않고 하얀 국물과 짬뽕·부대찌개처럼 맵고 붉은 국물로 이분되는 반면, 일본의 라멘은 맵지 않은 국물을 기본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의 탁한 돈코쓰 국물은 1947년 후쿠오카현(縣)의 작은 도시 구루메(久留米)에서 개업한 ‘산구(三九)’에서 만들어졌다. 주인이 육수 재료를 냄비에 담아 불에 올려놓고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실수로’ 새하얀 육수가 우러나 있었다. 다시 끓일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이 육수에 양념을 해서 낸 게 의외로 감칠맛이 강하게 나면서 맛있었다. 이후 탁한 국물을 계속 내게 됐고 금방 인근 라멘집들로 퍼졌다.
하카타 라멘의 특징은 우선 면이 소면처럼 희고 가늘다. 가수율은 대개 24~28%이거나 이보다도 낮아서 쫄깃하면서 국물을 잘 빨아들인다. 건더기는 파와 차슈 외에 목이버섯, 콩나물, 멘마(죽순 가공식품), 김 등이 있다. 다른 지역 라멘과 달리 목이버섯이 토핑으로 추가된 건 김은 가격 변동이 심했기 때문에 좀 더 가격이 안정적인 목이버섯을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냄새를 잡기 위해 흰 깨도 제법 사용한다.
겐소나가하마야(元祖長浜屋): 1952년 어시장 상인들을 위해 빨리 만들고 빨리 먹을 수 있는 가는 면발을 사용한 라멘이 이 집에서 만들어졌다. 가는 면발은 금방 풀어지는 탓에, 국수를 조금씩 여러 번 추가해 먹는 ‘가에다마(替え玉) 문화’가 만들어진다. 서민적 분위기에 가격도 싸다. 주문 시 어떤 면을 원하는지 묻는다. 살짝 삶아 단단한 ‘나마(生)’, 중간쯤 되는 ‘가타(かた)’, 부드럽다는 뜻의 ‘야와(やわ)’ 중 취향대로 답하면 된다. 국물이 설렁탕과 비슷해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이 가게에서 일하다 독립한 종업원이 차린 ‘겐소 나가하마야(元祖長浜家)’도 두 곳이나 운영 중이다. 福岡県福岡市中央区長浜2-5-25 トラストパーク長浜3 1F, 오전 6시~익일 오전 1시 45분, 연중 무휴
라멘 신신(らーめん ShinShin): 하카타라멘계의 떠오르는 아이돌같은 집이자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집이다. 가게 입구에는 ‘하카타 순정 라멘’이란 문구가 붙어 있는데 하카타 라멘은 전통과 순수성을 지키겠다는 이 식당의 철학이 담긴 슬로건이다. 가볍지만 감칠맛 강한 돈코쓰 국물과 가는 면발의 조화가 좋다. 전통 방식의 하카타 라멘 제조법에 차슈, 파, 목이버섯 토핑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매일 먹을 수 있는 독하지 않은 돈코쓰 라멘”이란 말이 어울리는 라멘집이다. 福岡市中央区天神3丁目2-19, 오전 11시~익일 오전 3시, 화요일 또는 수요일 휴무(홈페이지 공지)
부타소바츠키야(豚そば 月や): 최근 하카타라멘은 맑은 국물이 유행하고 있는데, 그 선두에 이 식당이 있다. 30여 개가 넘는 좌석에 술을 같이 마시는 이자카야 스타일이다. 저녁 해장용 라멘 집으로 손색이 없다. 저녁에만 영업한다. 福岡県福岡市博多区中洲2丁目5-2 森ビル 1F, 오후 6시~익일 오전 2시 30분, 일요일 휴무
마루요시쇼쿠도(丸好食堂): 라멘과 요리를 함께 내는 ‘쇼쿠도케이(食堂系)’ 라멘집들은 구루메에서 시작됐다. 1968년 창업한 이 집이 가장 유명하다. 교자, 야키니쿠(불고기), 호루몽(내장 요리), 볶음밥등 서민 식당의 메뉴를 라멘과 라멘이나 같이 판다. 라멘은 원형으로 말고 가늘게 썰어낸 차슈와 기름기가 많아 고소한 국물, 썰린 자리가 깔끔한 작은 파, 일본에서는 드문 완숙 달걀 반 개가 사각형의 김과 함께 나온다. 하카타 구루메 라멘을 특성을 나타내는 꼬들꼬들하고 가는 세면 면발이 국물을 잘 빨아들여 한 몸처럼 조화롭다. 볶음밥도 유명하다. 밥알이 살아 있지만 부드럽다. 달걀·햄·파의 향이 밥알에 잘 배 있다. 福岡県久留米市安武町3057, 오전 11시~오후 9시, 일요일 휴무
다이호라멘(大砲ラーメン): 구루메의 돈코쓰 라멘을 전국에 알린 식당이다. 국물은 단맛이 나면서 부드럽고 냄새가 없다. 돈코쓰 라멘의 국물은 재료를 한번에 끓여내는 도리키리(取りきり) 방식과 이전의 국물에 새 재료를 더해 끓이는 요비모도시(呼び戻し)로 나뉜다. 다이호는 요비모도시 방식을 최초로 만든 식당이다. 육수에 끼얹은 기름은 돼지기름을 갈색이 나도록 볶듯 가열해 만든 것으로, 라멘 국물의 맛을 더욱 풍부하고 복합적으로 만든다. 福岡県久留米市新合川1-4-43, 오전 11시~오후 10시, 연중 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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