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쿨하다고? 이별·이혼도 웃음 소재 되는 유튜브 세상

김아진 기자 2023. 12.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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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유튜브로 눈 돌리는 연예인
자극성 경쟁의 늪에 빠지다
1990년대 연인이었던 수퍼모델 출신 이소라와 개그맨 신동엽이 20여 년 만에 만나 술을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이소라가 개설한 유튜브에 첫 게스트로 신동엽이 출연한 것. 댓글은 “이게 어른들의 세상인가” “멋지다”와 “이건 선을 넘었다” “신동엽 부인 너무 쿨하다” 등 반응이 엇갈렸다./유튜브

한때 공개 커플이었던 수퍼모델 출신 이소라와 개그맨 신동엽이 술을 마시며 회포를 푸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다.

헤어진 지 20여 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불콰해진 얼굴로 마주 앉아 “우리가 그때 결혼했어도 2~3년 만에 무조건 이혼했을 것”이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신동엽은 결혼해서 아이도 둔 유부남. 그는 이소라의 성인 비디오를 막아주려 일부러 대마초를 흡연, 구속됐다는 금기시돼 온 치명적 루머까지 제 입으로 꺼내며 “내가 한 것이지, 이소라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스스로 망가지는 일도 자청했다. 쉰을 넘은 나이, 지천명이라고 했던가. 성인(聖人)의 경지로 들어선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방송계에선 “유튜브가 이렇게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이 영상은 이소라가 연 개인 유튜브 ‘슈퍼마켓 소라’의 첫 회로 올라와 히트를 쳤다. 15일 현재 조회 수 7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민망함을 참는 대신 서로 이득(?)을 엄청나게 본 것. 이소라 본인도 “요즘 MZ세대는 나를 못 알아본다”고 할 정도로, 어쩌면 한물간 연예인이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이 정도 관심을 받기는 어렵다. 그래서 더 뜨겁고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했던 것 아닐까. 아무튼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이런 일은 유튜브에서 비일비재하다. 연예인이 이런저런 규제가 여전히 심한 TV에서 벗어나 유튜브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신비주의를 아예 깨버리고 있다. 이별이나 이혼 같은 일이 흔한 소재가 됐고 이보다 선정적인 것을 누가 먼저 발굴하냐를 두고 경쟁하는 판이다. 이혼한 가수 이상민과 이혜영은 유튜브의 단골 게스트다. 재혼한 뒤 TV에서 자주 모습을 볼 수 없던 이혜영은 전 남편 이상민에게 거침없다. “내 이야기 좀 그만하라”고 핀잔을 주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걔는 뭐 있었냐” “그 XX는 완전 저돌적, 그래서 넘어갔다” “이상민 너, 아휴. 왜 이렇게 결혼도 못 하고. 내가 가슴이 아파” 등의 말을 쏟아냈다. 이혜영이 출연한 유튜브는 회당 조회 수가 적게는 10만회, 많게는 200만회를 기록했다.

이혼한 가수 이상민과 이혜영

이별, 이혼뿐 아니라 과거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방송 일을 쉬었던 연예인에게 유튜브는 재기의 발판이 된다. 그래서 때론 과감하고 때론 감성을 자극한다. 걸그룹 ‘쥬얼리’ 출신인 예원은 2015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배우 이태임에게 “언니, 저 맘에 안 들죠?”라고 하며 싸우다가 막말 논란에 휩싸여 오래 자숙했다가, 얼마 전 유튜브 ‘노빠꾸탁재훈’에 나와 털털한 모습을 보였다. 이 영상 조회 수도 700만회.

결혼, 육아로 한동안 연기 활동을 쉬었던 한가인도 작년 유튜브 ‘문명특급’에 출연해 “’돌아이끼’가 좀 있죠. 어떻게 숨겼냐고요? 회사에서 엉뚱한 짓 할까 봐 막은 것 같아요”라며 예상외의 주책을 부렸다. 남편인 배우 연정훈을 향해선 “답답허네” “안 맞아, 안 맞아”를 연발했다. 한가인의 ‘일탈’은 ‘홈런’을 쳤다. 조회 수 600만을 넘겼다.

이 밖에 내숭 이미지인 배우 신혜선, 한선화 등도 지인 유튜브에 출연해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술을 먹고 목젖이 다 보이도록 웃었다. 욕도 스스럼없이 하고,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일도 유튜브에선 매일 일어난다. 꽁꽁 감춰져 있던 연예인의 사생활과 민낯을 보며 시청자는 환호한다. 그래서 스타들이 유튜브로 모여들고 있다. 연예인은 잘나가는 유튜브에 출연할 때 최대 5000만원까지도 지불한다고 한다.

성역 없는 유튜브에 대한 걱정도 많다. 솔직함이 아닌 선을 넘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술도, 욕도 규제가 없고 토크에 상한도, 하한도 없다. 모든 건 조회 수로 귀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돈이다. 더 핫한 게스트, 더 진한 얘기가 나와야 조회 수가 터지고, 그래야 비싼 광고가 붙는다”며 “연예인들도 이제 뒤광고가 아니라 유튜브에선 대놓고 앞광고를 하지 않나. 맥주, 소주뿐 아니라 돈만 되면 다 하는 게 트렌드”라고 했다.

이소라와 신동엽도 20여 년 만에 만났지만, 광고를 위해 맥주 켈리와 소주 진로이즈백을 마시며 숙취 해소제까지 나눠 먹어야 했다. “나 깜박 속을 뻔했어. 이거 PPL이지? 너 진짜 (광고) 자연스럽게 한다. 하하.” “응, 내가 유튜브 하니까 첫날부터 어마어마한 게 붙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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