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코인 불장의 일등공신? 실제 ‘김프’ 100% 넘는 코인도 있다

김아진 기자 2023. 12.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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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이유도, 설명도 없이
널뛰기하는 코인 시장
게티이미지뱅크

환희와 공포가 매일 반복된다. 누구는 일확천금을 꿈꾸고 누구는 원금이라도 돌려받고 싶은 심정. 우리나라 코인판 얘기다. 현실은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코인(가상 화폐) 폐인들이 사는 세상이기도 하다. 왜 오르는지, 왜 떨어지는지 누구도 정확한 분석을 내놓지는 못한다. 각종 언론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라는 등 고상한 해석을 가져다 붙이지만 코인판은 그것만으로는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하루 사이 800% 가까이 오르고 다음 날 -80%로 곤두박질치는, 이름도 해괴망측한 코인이 수두룩하다. 이 코인이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모르고 투자하는 이들도 허다하다.

파리가 날렸던 코인 커뮤니티가 올해 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게시판에는 초 단위로 글이 채워진다. 100% 넘는 수익 인증 글이 이어졌다. 사석에서도 “요즘 코인 다시 불장이라던데”란 얘기가 자주 들린다. 하지만 버는 사람은 벌고 잃는 사람은 또 잃는다. 이게 코인판이다. “2000만원 잃고 마지막 도박 갑니다” “차트 보면 어지러워서 돌 지경이다” “작업 치는 코인에만 걸려드는 이유가 뭘까, 한강 가고 싶다” “나는 내년 100억 찍는다” 등 희비가 교차한다.

이 중에서 김프(김치 프리미엄, 한국 거래 가격이 더 높은 경우)에 대한 얘기는 끊임없이 쏟아진다. 김프가 5~6%는 예사고, 100%가 넘는 것도 한두 개가 아니다. “김프 50% 쓰레기 코인” “김프의 달콤함은 시장의 버팀목” 등 여기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이런 이유로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만 2~3배 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장 코인의 상승을 이끈 일등 공신이 한국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거래된 비트코인의 원화 비율이 40%를 훌쩍 넘었는데, 전 세계 비트코인의 절반을 한국인이 거래했다는 얘기다.

미국 고용 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인하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자산 가격이 뛰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빗썸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6000만원으로 표시돼 있다. /뉴스1

‘루나·테라 먹튀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이 나고 자란 나라라며 한국의 투자 열기를 에둘러 비꼬기도 했다. 백억, 천억대를 굴릴 수 있는 현금 부자, 일명 큰손들이 코인판을 장악, 리드하면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중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잘 올라타면 크게 한탕도 가능하지만, 잘못 올랐다가는 쪽박을 찰 수 있다.

이번 주에도 코인 거래소 빗썸에서 일부 코인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크레딧코인(CTC)은 지난 12일 271원이었다가 1102원까지 올랐다. 무려 5배 가까이로 상승한 것. 그런데 13일에는 707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900원을 돌파했다. 10일 16원에 거래되던 타이탄스왑(KRW)은 61원까지 올랐다. 그리고 고꾸라져서 13일 현재 24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등락세를 보이는 코인은 꽤 된다. 거래 금액은 하루 평균 1000억~2000억원 수준. 피해자는 속출했다. 그러나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온전히 자기 책임이다.

우리나라 코인판은 여러 차례 부침을 겪었다. 세계적 흐름과 맞닿아 있기도 하지만, 국내 정책과 규제에 휘둘려 폭등과 폭락을 반복했다. 2017년, 2021년은 호황기였다가, 정부의 코인 거래 금지 발언, 루나·테라 사태 등으로 내리막을 탔다. 업계는 2023년과 내년을 제3의 불장으로 기대하고 있다. 2100만개로 공급량이 한정돼 있는 비트코인을 두고 “1억 갈 것” “10억 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하지만 부정적 시각도 있다. 상대적으로 법의 틀에서 자유로운 코인 시장은 도박과 다를 바 없어서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것. 실제 연예인, 조폭 등이 연루된 코인 사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 시점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말이 떠오른다. “노력 없이 큰돈을 버는 것만큼 합리적인 생각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Nothing sedates rationality like large doses of effortless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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