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전 세계서 인기인데 日 소도시는 왜 항공편을 줄였나
공항 지상 인력 태부족 때문
韓생산 인구, 20년뒤 500만명 줄어
저출생보다 노령화 적응이 먼저
요즘 일본 관광 당국이 가장 골머리를 않는 건 국제선 항공편 문제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인 항공편이 2019년 수준을 밑돌기 때문이다. 규슈 가고시마 공항은 2019년 서울, 홍콩, 상하이, 타이베이 등에서 주 24편을 운행했다. 지금은 서울과 홍콩 주 6회에 불과하다. 삿포로 치토세 공항은 28노선 주 149편에서 20노선 주 120편으로 줄어든 상태다. 호놀룰루, 쿠알라룸푸르, 마닐라 등의 노선은 아예 사라졌다.
노선 증편이 되지 않는 건 비행기 이착륙 과정에 필요한 지상 작업을 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 저가 항공사가 취항을 타진했다 무산되는 일도 빈번하다. 사실 인력이 없다기보다, 노동력 감소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정확하다. 국적 항공사인 JAL과 ANA의 지상 작업 방식이 다르고, 관련 자격증 제도도 달라 효율성이 낮다. 자동화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지나친 외주화로 임금 수준이 낮아 좀처럼 지원자를 찾기 어려운 건 기본이다. 관련 기능 인력 양성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다.
호텔, 료칸(전통 여관) 등 숙박 업체들은 인력이 없어 객실을 놀리는 경우가 잦다. 히로시마의 대표적 관광지인 미야지마 한 료칸의 경우 객실의 30%는 늘 비어있다. 직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두 달 뒤 근무 가능한 직원 수를 파악한 뒤, 그에 맞춰서 투숙객을 받는 곳까지 있다.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옛 수도 교토의 평균 호텔 숙박비는 7만1000엔으로 2019년(3만9000엔)보다 1.8배 올랐다. 객단가는 높아져도 고객 수가 줄면 수익이 늘기 어렵다. 아베노믹스 등으로 경기가 되살아났던 2017년과 비슷하게 2023년에도 노동력 부족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사례는 노동력 부족이 왜 문제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떻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지 잘 보여준다. 적합한 기능과 숙련을 가진 인력이 제때 충분한 규모로 공급되지 않으면 특정 산업, 나아가 경제 전체가 원활히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인력 공급이 어려우면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지금 한국이 당면한 문제는 저출생이 아니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다. 핵심 노동 연령(25~54세) 인구는 지난달 2243만명이었는데, 2030년에는 2063만명, 2040년에는 1781만명으로 가파르게 쪼그라들 전망이다. 거꾸로 65세 이상 고령자 규모는 같은 기간 969만명→1306만명→1724만명으로 치솟는다. 지금 세우는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는 건 빨라도 2050년이다. 노동력 부족은 몇 년 뒤부터 한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사람 수가 줄면, 남은 사람의 정예화가 필수다. 이민 확대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이민자는 생산성이 낮은 일자리를 맡고 대신 한국인이 고숙련·고기능·고임금 일자리로 이동해야 한다. 고령화로 내수 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인지라 우수한 노동력에 기반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낼 필요성은 한국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교육과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하지만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서 더 걱정이다. 최근 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한국에서 급증하고 있음을 또다시 보여줬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인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끌어올릴지는 논의조차 잘 이뤄지지 않는다. 굳이 자녀를 낳아 이런 상황에 몰아넣고 싶은 부모는 없다. 출생률을 높이려면 고령화 적응부터 잘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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