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33] 행운을 모으는 법

백영옥 소설가 2023. 12.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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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일본의 괴물 투수이며 타자인 ‘오타니 쇼헤이’가 다저스에 입단했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 나는 9000억이 넘는 그의 10년 연봉보다 “청소는 남이 떨어뜨린 운을 줍는 것!”이라고 정의한 그의 말이 먼저 떠올랐다. 쓰레기 줍기, 청소, 책 읽기, 인사하기는 그가 운을 모으려고 실천하는 것이다. 나는 인생의 운을 오직 좋은 소설 쓰기에 쏟아붓고 싶어 평생 로또를 사지 않는 작가를 알고 있다. 문득 세상이 아닌 자신의 언어로 단어를 새로 정의하고, 꾸준히 실천한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해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에디슨이 전구를 만들었을 때 한 “실패라니요! 저는 2000번의 단계를 거쳐 전구를 만들었던 것뿐이에요!”라는 말보다 그의 발명왕 타이틀을 명확히 설명하는 말은 없다. ‘나사’를 방문한 케네디에게 “저는 인류를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의 직업을 설명한 청소부는 어떤가. 스스로를 ‘안전 대사’라고 생각한 통학 버스 운전기사의 소명 의식은 생각만으로도 든든함을 불러온다.

빨간 머리 앤이 한 말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내일은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은 하루”라는 말인데,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폐허 위에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고 주먹 쥐던 스칼릿 오하라처럼 오늘의 실패를 이겨낼 힘이 불끈 솟는 기분이다. 작가 김연수는 “형편없는 작품으로 등단해서 어쨌든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게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는 ‘졸작’을 ‘행운’으로 치환시켰다.

행복을 ‘괴로움이 없는 상태’라고 말한 석가모니의 정의가 없었다면 나는 행복을 애써 ‘다행’이라 바꿔 부르지 못했을 것이다. 지나 보니 행운처럼 보였던 불운도 있고, 불운처럼 보였던 행운도 있다. 자신의 삶에 던져진 ‘단어’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방향도 바뀐다. 주말, 청소부 없는 어느 화장실에서 바닥에 잔뜩 떨어진 휴지를 주웠다. 쓰레기를 남이 버린 행운이라 생각하니 어쩐지 행복해지는 마음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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