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송나라 사신 눈에 비친 고려의 멋

조종엽 기자 2023. 12. 16.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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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나전 공예 솜씨가 빼어났던 것, 회계 처리 수준이 세계적이었던 것 등을 알 수 있는 건 송나라 휘종이 보낸 사신 서긍(1091∼1153)이 고려를 방문한 경과와 견문을 적은 '고려도경(高麗圖經)'을 남겼기 때문이다.

서긍이 본 고려 여인들은 머리카락의 반은 오른쪽 앞으로 늘어뜨리고, 나머지는 등 뒤로 늘어뜨렸다고 한다.

서긍이 본 고려의 궁궐과 성곽, 관아 등의 모습도 자세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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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년 코리아 리포트, 서긍의 고려도경/문경호 지음/352쪽·2만4900원·푸른역사
고려의 나전 공예 솜씨가 빼어났던 것, 회계 처리 수준이 세계적이었던 것 등을 알 수 있는 건 송나라 휘종이 보낸 사신 서긍(1091∼1153)이 고려를 방문한 경과와 견문을 적은 ‘고려도경(高麗圖經)’을 남겼기 때문이다.

고려도경을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서긍은 1123년 6월 12일 바닷길로 벽란도에 도착해 한 달 남짓 개경에 머물다가 송으로 돌아갔다.

서긍이 본 고려 여인들은 머리카락의 반은 오른쪽 앞으로 늘어뜨리고, 나머지는 등 뒤로 늘어뜨렸다고 한다. 귀부인들은 검은 비단으로 만든 몽수(蒙首)라는 긴 너울을 써서 얼굴과 눈만 노출했다. 치마 속엔 바지를 입고, 외출할 땐 수레나 가마가 아닌 말을 탔다. 고려인들은 시냇물에 모여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의관을 언덕에 벗어놓은 후 목욕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상거래에선 주로 모시나 삼베, 은병으로 값을 치렀고 값어치가 작은 건 쌀로 지불했다. 송상을 통해 고려로 유입된 화폐는 왕부의 창고에 보관돼 잘 유통되지 않았다. 서긍이 본 고려의 궁궐과 성곽, 관아 등의 모습도 자세히 담겨 있다.

고려인들은 바삐 걸었고, 불교 국가임에도 고관대작들의 집에서는 고기반찬이 끊이지 않았으며, 밤엔 곳곳에 불을 밝혔고 술 마시는 걸 즐겼다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의 모습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서긍의 사행에 동행하는 것처럼 서술돼 독자가 마치 90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서긍의 그림 대신 삽입한 여러 삽화가 이해를 돕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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