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기에바 "장수 책임감 있게 즐겨야" 연금개혁 강조

정진호 2023. 12. 16.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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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총재, 한국에 고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15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외국에서 더 많은 인력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에 조언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등이 예고된 상황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외국인과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다. 그는 “장수를 책임감 있게 즐겨야 한다”며 연금개혁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성장을 가속화할 방안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경제가 당면한 저성장 국면을 극복할 방안이 있다는 의미다. 앞서 IMF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2.1%를 기록하고, 내년과 2025년엔 2.2%로 소폭 올랐다가 2028년까지 2.1%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저성장이 사실상 굳어졌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동석한 헤럴드 핑거 IMF 한국 미션단장은 “한국의 인구 상황이 과거와 달라졌다. 선진국 반열에 오르면서 예전과 동일한 수준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는 식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 역시 “문화적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외국인을 어떻게 더 데려올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디지털사회에 맞는 투자와 녹색경제와 관련한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여성의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여도 주문했다. 그는 “오늘 아침 이화여대를 찾아 어린 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 경제를 더 역동적으로 만들 기회 중 하나는 모든 남성과 여성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여성의 재정적 독립이라는 정당성뿐 아니라 실제 노동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전날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특별포럼에 참석해 “한국이 근로 시간의 성별 격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축소할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1년 49%에서 현재 55%로 6%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성별 격차는 선진국 중 가장 심하다”며 “일하는 여성의 수는 남성보다 18% 더 적고 임금은 남성에 비해 31% 적게 받는다”고 짚었다.

물가와 관련해 핑거 단장은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고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며 “8~10월엔 에너지가격 등 국제적 요인으로 물가상승률이 조금 올랐는데 점차 2%에 다가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국의 기준금리(3.5%)에 대해 적절하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물가 급등 때 모든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했지만, 한국은 시의 적절하게 금리 인상 기조를 조기 중단했다”고 평가했다.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의 정책 공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는 “통화당국이 브레이크(긴축)를 밟는데 재정당국이 액셀러레이터(확장 재정)를 밟으면 상반되는데 한국은 공조를 이루면서 속도감 있는 물가 대응이 이뤄졌다”며 “지난 수년간은 위기 극복을 위해 지출을 확대했는데 지금은 재정을 정상화하는 게 맞다. (한국은) 재정의 필요성 자체도 예전보다 많이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긴축을 종료하고 금리 인하를 시사한 상황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가 고물가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물가를 잡을 때는 마지막 노력이 중요하다”며 “어떨 때는 조기에 (물가가 안정됐다는) 승리를 선언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물가가 고정되면서 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경제 발전으로 장수 사회에 돌입한 국가가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직면한다고 하면서다. “장수를 책임감 있게 즐겨야 한다”고 강조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연금을 개혁하려면 더 오랜 시간 일해야 하고, 연금 수급 부분도 조정해야 해 쉽지 않은 문제다. 정부의 연금개혁에 대한 검토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게오르기에바 총재를 접견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 여성 인력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조만간 기업 부문에서 여성 CEO(최고경영자)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윤 대통령을 만나 그간 금융시장 불안 완화, 부동산 시장 연착륙, 물가 상승 대응 등 위기 극복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날 접견에서는 횡재세와 관련한 언급도 나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일부 선진국에서도 은행 부문에 횡재세가 부과됐으나 캐나다의 경우 은행 주가 하락으로 오히려 배당 관련 세입이 감소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며 “횡재세보다는 은행권의 자발적인 상생협력 방식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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