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쌓이는 저축은행…M&A 관망세 언제까지

이선영 2023. 12. 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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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 M&A시장 관망 분위기 짙어져
연체율 여전히 높아…감독당국이 M&A 압박할 가능성도

상상인을 비롯한 저축은행들이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인수하겠다는 금융사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상상인을 비롯한 저축은행들이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인수하겠다는 금융사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금리와 중저신용자 연체 위험 등 업황 상황까지 악화되면서 저축은행 인수‧합병(M&A)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실정이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이같은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애큐온저축은행‧한화저축은행‧조은저축은행 등 다수의 저축은행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했으나 지난달 20일 인수 추진을 중단했다. 이는 인수 의사를 밝힌 지 한 달 만이다. 우리금융이 실사를 진행했지만 인수 가격 등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인수 검토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인수 비용이 최대 5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는 2000억 원 이상은 어렵단 보수적 시각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0월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대주주인 상상인에 대해 상호저축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년 4월4일까지 상상인이 보유한 지분 90% 이상을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상상인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지만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매각 검토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상상인은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에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 주식처분명령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명령 효력을 중단시켜달라고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냈다.

이와 관련 상상인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은 수도권 영업망을 갖추고 업권 내 자산이익율이 특히 좋았던 우량 저축은행인만큼 인수합병 시 매력적인 매물"이라며 "당국이 적극적으로 저축은행업권 전반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만큼 실적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매각에 난항을 겪는 경우 다른 중소 업체는 인수 대상자를 찾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뉴시스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를 포기하면서 저축은행 M&A 관망 분위기가 짙어졌다. 상상인저축은행이 매각에 난항을 겪는 경우 다른 중소 업체는 인수 대상자를 찾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업계에서도 직원 처우, 사내복지가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일례로 상상인저축은행은 전직원 조식 제공과 중식비 지원, 연 200만 원 가족 여행비, 계절마다 제철음식을 전 임직원 집을 보내는 등의 복지를 제공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은 업계에서도 사내복지 면에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가격 문제가 인수에 발목을 잡은 것이라면 다른 저축은행들도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금융을 제외한 금융사들이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전체로 확대되고 있는 연체율 상승, 부실 위기 등으로 M&A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다수 매물이 내년을 기약하게 된 상황이다. 최근 금융권에서 수조원대 규모의 상생금융이 추진되는 가운데 추가적 비용지출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이같은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M&A는 시장환경 어려움과 각종 규제가 더해져 어려움이 많은 편"이라며 "M&A시장에서 새주인을 찾기 험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축은행 중 PF 대출 부실이 심각한 경우, 퇴출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며 "감독당국이 M&A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한 압박이 없다면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은행권의 자발적 인수 의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해 들어 저축은행권은 순이익이 급감하면서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고금리 수신상품으로 조달비용이 늘고 연체율이 상승한 탓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자산 규모 상위 10대 저축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7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862억 원에서 95.2% 줄어든 규모다.

연체율도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3분기 말 연체율은 6.15%로 전 분기(5.33%) 대비 0.8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분기 대비로는 1.08%포인트 올랐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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