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지도 않고”…‘허위 사체검안서 의혹’ 수사
[앵커]
사체검안서는 타살 혐의점 등 범죄 가능성과 사인 등을 밝히는 데 있어 중요한 서류인데요.
한 장례식장이 의사와 결탁해 허위로 사체검안서를 만들었단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10여 건의 사체검안서가 허위 발급된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이 장례식장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원동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장례식장.
장례지도사 이은춘 씨는 지난해 이곳에 채용되자마자 이상한 지시를 받았습니다.
사체를 본 적도 없는 의사에게 연락해 사체 검안서를 받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장례식장 관계자/지난해 6월 : "고인분 인적사항 몇 가지 적어가 지고 나한테 보내주면 내가 A 원장(의사)한테 보내줄게."]
불과 몇 분 뒤 이렇게 노환으로 사망했다는 사체 검안서가 팩스로 도착했고, 이 장례식장에서 장례가 치러졌습니다.
이렇게 사체 검안서를 허위 발급하는 일은 형법상 허위진단서 작성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보내거나, 간단한 전화 통화 만으로 손쉽게 사체 검안서가 발급됐습니다.
[A 의사/올해 3월 : "(제가 사진 하나 문자로 보내드렸거든요.) 예. 제가 볼게요. (○○○ 님이고 밧줄로 목매가지고요. 부검은 안 간다 그러네요. 일단 서부서로 (사체검안서) 팩스 좀 보내주세요.) 예."]
장례를 치를 때마다 이런 일은 반복됐습니다.
[이은춘/장례지도사 : "(직접) 검안한 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근무하는) 1년 7개월 동안..."]
이렇게 장례식장은 빨리 장례 절차를 진행하고 의사 A 씨와는 유족이 낸 사체검안서 발급비, 25만 원을 나눠 가졌다는 게 이 씨의 주장입니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타살 가능성은 고려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은춘/전직 장례지도사 : "멍 자국이 있더라고요. 직감적으로 이상해서 이렇게 보니까 아래쪽에도 있어서. 왜 이럴까 의심은 되는데, 가족끼리는 서로 눈치보면서 넘어지셨다... 노환으로 처리됐죠."]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의사 A 씨와 장례식장 관계자들이 입건됐습니다.
경찰은 10여 건의 사체검안서가 허위 발급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틀 전 해당 장례식장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장례식장 관계자 : "다녀 가셨어요. 어제. 경찰서 조사 중이잖아요. 거기 가서 물어보세요."]
하지만 의사 A 씨는 "모든 사체검안서는 사체를 확인하고 정상적으로 발급됐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해당 장례식장은 관련 의혹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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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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