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뒤축 [詩의 뜨락]

2023. 12. 15. 2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대흠

슬픔은 구두 같습니다 어떤 슬픔은 뒤축이 떨어질 듯 오래되어서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참 오래 함께했던 슬픔입니다 너무 낡은 슬픔은 몸의 일부인 듯 붙어 있습니다 슬픔은 진즉 나를 버리려 했을 것이지만 나는 슬픔이 없는 게 두렵습니다 이미 있는 슬픔도 다하지 않았는데 새 슬픔을 장만합니다

새로운 슬픔은 나를 쓰라리게 합니다만 슬픔을 버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슬픔에 익숙해지려 합니다 남의 슬픔을 가져다 쓰는 경우도 있지만 잠깐 빌릴 뿐입니다

-시집 ‘코끼리가 쏟아진다’(창비) 수록

●이대흠 시인 약력
 
△1968년 장흥 출생. 1994년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집으로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상처가 나를 살린다’, ‘물속의 불’, ‘귀가 서럽다’,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등이 있음. 조태일문학상, 현대시동인상, 애지문학상, 육사시문학상 등 수상.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