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합리·초개인·초자율… M과 완전 다른 Z세대
2000년대생, 90년대생과 엄연히 달라
선진국에서 태어나 최고의 학력 쌓아
‘하면 된다’ 아닌 ‘되면 한다’ 방어적 사고
기성세대와 사고 방식도 ‘극과극’ 대비
공무원 바라지 않고 직장에도 목 안 매
원하는 시간에 일한 만큼만 벌기 원해
이해보다 무엇이 다른지 먼저 알아야
2000년생이 온다/임홍택/11%/1만8000원
“회식에 참여하지 못했으니 제 몫만큼 회의비를 나눠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도권 소재 IT스타트업에서 인사부문 팀장으로 일하는 92년생 김영현씨는 회식 다음 날 2000년생 신입사원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다. 처음 팀장을 맡고 나서 ‘젊은 꼰대’ 소리 듣지 않으려고 항상 조심하며 퇴근 후 자기계발하느라 회식에 빠지겠다는 신입사원도 쿨하게 보내줬다. 그런데 신입사원은 “인원에 비례해서 팀 회의비가 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일정상 참여하지 못했다고 해서 제 몫으로 배정된 금액까지 팀원들이 쓰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자기 몫의 회식비를 요구한 것이다.
책의 부제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의 탈회사형 AI인간’은 2000년대생들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2000년대생들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뒤 태어나 풍족한 환경 속에서 살며 가장 많은 교육을 받고 최고의 학력 쌓은 세대다. 영유아기부터 디지털 문물을 경험해 어느 세대보다 적응과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
태어났을 때부터 바로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해져 주장보다는 팩트를 따지고, 전통이나 명분에 집착하기보다는 실리를 택하며,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손해를 보는 것에 민감하다. 디지털 특성에 맞춘 규칙의 세상에 익숙하고, 노력에 상응하지 않은 부당한 보상에 반발하는 등 권리의식이 강하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다.
이들이 네 가지 기준에 따라 16개 유형으로 분류하는 성격 검사인 MBTI에 빠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몇 가지 유형의 틀로 상대방의 성향을 빠르게 판단하고 인간관계의 처방을 받으며 상대방과의 간격을 빠르게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몸에 좋지도 않은 술을 마시며 긴 시간을 할애해 직장동료와 회식을 하는 것보다는 불완전할지언정 MBTI를 활용하는 것이 관계의 벽을 허무는 데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현재 직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갈등이 단순한 세대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넓게 보면 융통성의 세상과 규칙의 세상이 격돌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아날로그 세대가 ‘하면 된다’라는 진취적이나 감정적인 구호를 외칠 때, 디지털 세대는 ‘되면 한다’는 이성적이면서 방어적인 사고를 한다. 막연한 믿음이나 의지만 갖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결과를 예측하고 오류를 최소화하는 사고방식이 몸에 뱄기 때문이다.
10년 전 사회에 진입한 90년대생들은 높은 연봉을 주는 대신 노동 강도가 높은 대기업보다 급여는 적지만 정년이 보장되고 경쟁도 덜한 공무원을 선호했다.
하지만 2000년대생은 공무원도, 기업도 바라지 않는다. 부동산값 폭등,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광풍으로 인한 자산 폭등을 경험하며 근로소득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직장은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자아실현을 하는 곳이 아니라 ‘노동력을 잠시 빌려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곳이다. 평생직장이 아니기에 언제든 거래가 종료되면 다른 거래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야쿠르트 배달이나 정수기 점검 등의 일에 뛰어는 20대가 늘고, 여러 개의 직업을 갖는 ‘N잡러’가 늘어나는 것은 종일 회사에 매여 있느니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일한 만큼 벌고 싶어서다. 그래서 어쩌면 2000년대생은 (회사에) 오지 않을 수도 있다.
‘90년생이 온다’처럼 이 책도 2000년대 생들의 이야기이지만, 2000년대생이 아닌 나머지 세대를 위한 책이다. 2000년대생과 기성세대는 서로 다른 점이 상당히 많은 데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개별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에서는 서로 다른 세대를 아우르고 타협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기성세대와 회사, 사회가 무조건 이들을 이해할 필요도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음으로 받아주려 하지 말고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다른 세대를 바라보면 충분하다. 너그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보다 사실에만 기반해서 무엇이 같고 다른지 구분하고, 무엇을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 파악하는 것은 큰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지 않고도 가능하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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