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유방암 치료, 피하주사 요법으로 투여 시간·부작용 ‘뚝’

김태훈 기자 2023. 12. 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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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성암 발병 중 20~25% 차지
기존 정맥주사 치료, 기흉 등 부작용
재발·전이 사례 많아 환자들 고충 커
치료요법 발전에 삶의 질 개선 기대
유방암 항암요법을 위한 약제 주사 방법으로는 체내에 케모포트를 삽입하는 정맥주사(왼쪽)를 주로 써왔으나 최근 피부 아래에 직접 주사하는 피하주사(오른쪽) 방식의 약제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그중에서 20~25%를 차지하는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2(HER2) 양성 유방암은 다른 유형과 달리 재발과 전이가 잦아 환자들의 고충이 더욱 크다. 이 유형의 유방암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긴 시간 동안 정맥주사를 맞아야 했다. 다행히 요즘은 치료제의 발전으로 투약 시간을 크게 줄인 피하주사 형태의 치료제가 나오는 등 치료환경이 개선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상반기 진료비통계지표를 보면 유방암 입원진료 환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65% 늘어난 2만9929명으로 폐암(2만8787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입원치료를 받는 환자가 많다는 점과 젊은층 비율이 높은 국내 유방암 환자의 특징이 결합되면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2021년 기준 20~40대 젊은 환자의 입원 비율은 33.6%에 달했다.

환자의 절대다수가 여성이고,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령대의 환자 비율도 높은 탓에 유방암 환자들은 신체적인 문제 외에도 경력단절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 사단법인 쉼표가 실시한 ‘젊은 암 진단 후 경력단절 문제 및 제언’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방암 치료 전 직장을 다닌 환자는 86.8%를 차지했는데, 이 중 치료 후 직장을 그만 둔 비율은 90%에 달했다. 이지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유방암은 치료제의 발전으로 장기 생존자가 늘고 있으나, 10년 후까지 재발할 위험성이 있어 적절한 보조 요법이 필요하며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추적 관찰이 중요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예후가 좋지 않은 유형에 속하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은 더욱 고충이 크다. HER2 단백질은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데, 유방 조직에 비정상적인 HER2 수용체가 과도하게 나타날 경우 유방 세포가 매우 빠르게 증식해 종양을 형성한다. 이렇게 발병한 HER2 양성 유방암은 진행이 빠르기 때문에 재발이나 전이를 예방하기 위한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하다. 수술 전 종양 크기를 줄이거나, 수술 후 재발 또는 전이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기존의 항암화학요법 약제들은 대부분 정맥주사로 투여했기 때문에 환자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더 컸다. 기존 정맥주사 요법에선 혈관이 잘 보이지 않거나 약물이 정맥에서 주변 조직으로 유출될 위험이 있는 환자들에게 정맥 혈관을 통해 심장 부근까지 들어가는 관(카테터)의 일종인 케모포트를 삽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기흉, 심장눌림증, 혈관 손상 등의 부작용이 우려됐다. 이지은 교수는 “기존 정맥주사 투여 시 3주에 한 번씩, 약 270분의 긴 치료와 모니터링 시간이 필요해 환자들의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고 경제적 부담도 상당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정맥주사보다 투약시간과 부작용은 크게 줄이고 편의성은 높인 피하주사 약제가 발전하면서 이 같은 어려움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피하주사를 활용하면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도 치료에 들이는 시간과 각종 소모품 비용 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지은 교수는 “최근 기존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변경해 투약 시간을 약 90% 줄인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과 편의성이 상당히 개선됐다”며 “젊은 암 환자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도와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이를 통한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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