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는’ 부정맥, 이젠 착용 기기로 잡아낸다
30일간 모니터링…65% 진단 성공
기존 기법보다 사전 감지에 효과적
가슴 두근거림·현기증 등 겪었다면
병원 찾아 부정맥 정밀검사 받아야
고등학교 3학년생인 박모군은 최근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러움을 느끼다 실신해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병원에서는 심전도 등 다양한 검사를 하고도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박군은 더 전문적인 검사 기기를 활용해 심장박동 기록을 파악하는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은 뒤 심장에 나타나는 부정맥을 발견해 치료 중이다.
이유 없이 갑자기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등 불규칙하게 박동하는 ‘부정맥’은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저절로 사라지기도 해 증상이 발생한 상황에 즉시 심전도 검사를 하지 않으면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심장이 빨리 뛰는 원인으로 심리적인 이유부터 심혈관계·소화기·근골격계 질환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부정맥 하나만을 콕 집어내기 어려운 여건도 작용한다. 이런 발작성 부정맥은 다양한 심혈관계 질환의 증상일 수 있다. 정확히 진단되면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로 방치될 경우 심장 돌연사까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부정맥 진단 검사는 기본적으로 흉부 엑스레이 촬영과 심전도 검사, 심장 초음파,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 24시간 홀터 심전도 검사, 혈액검사 등을 시행한다.
강기운 중앙대병원 심장혈관·부정맥센터 교수는 “부정맥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심전도 검사로, 심장에 흐르는 미약한 전류를 수초 동안 기록해 그 자세한 파형을 분석해서 심장이 어떻게 뛰고 있는지 정보를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드물게 나타나거나 지속시간이 짧은 환자는 부정맥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이 경우엔 24시간을 넘겨서까지도 심장의 리듬 및 맥박을 기록하는 홀터 심전도 검사나, 이식형 루프기록계(ILR)를 사용할 수 있다. 홀터 심전도 검사는 심전도 기록계를 몸에 부착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일상생활을 하면서 심장의 전기적 상태를 기록하는 검사다. 보통 24시간 동안 관찰하지만 환자 상태에 따라 더 긴 시간 착용하기도 한다.
몸속으로 삽입하는 이식형 루프 기록계는 부정맥으로 인한 실신이 의심되지만 다른 검사에서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환자에게 사용한다. 수년 동안 체내에 삽입한 상태로 생활하면서 지속해서 심전도 파형과 맥박을 관찰하고 부정맥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심전도 기록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 강기운 교수는 “24시간 또는 여러 날 동안 검사하는 홀터 심전도 검사로도 부정맥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체내에 이식하는 이식형 루프 기록계는 심장 앞부분 피부 밑에 이식해 연속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며 “실제 이식형 루프 기록계를 환자에게 이식해 부정맥 발생 여부를 추적 관찰한 결과, 이식을 받은 환자 중 약 60%에게 조기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돌연사 위험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일 동안 검사기기를 착용하며 진행하는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 검사가 특히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의 부정맥 발생을 사전 감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고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 검사는 주로 24시간 동안 착용하는 홀터보다 간편해 착용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실제 유럽의 5개 병원에서 심방세동과 심장 돌연사 발생위험을 분석하기 위해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30일간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 검사를 수행했을 때의 부정맥 진단율은 65%, 심실빈맥 진단율은 62%에 달했다. 이에 비해 24시간 홀터 검사에선 진단율이 각각 11%, 8%에 그쳤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지면 치료를 통해 심장 돌연사나 심부전 발생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강기운 교수는 “부정맥 환자를 진단할 때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과 이식형 루프기록계 검사 등을 통해 발작성 부정맥이 발생하는 것을 찾아내면 더욱더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며 “평소 갑자기 맥박이 너무 빨리 뛰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비정상적인 심장박동, 호흡곤란, 현기증, 실신 등의 증상을 겪었다면 부정맥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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