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안 갈래요, 돈으로 주세요”…‘아기’적인 MZ? 속마음은 [Books]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12. 15. 21: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는 예리한 세대론이었다.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웹드라마 '좋좋소'의 '좋소' 정승네트워크에서 계약서를 쓰려는 주인공 조충범에게 사장 정필돈은 말했다.

저자는 "여기서 '하나'는 경제적 이득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경제적 이득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다양한 종류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은 궁극적으로 세상과 '나'를 연결하며 회사야말로 가장 효율적으로 '실수'할 수 있는 곳이란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책은 결론 내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0년생이 온다 / 임홍택 지음 / 11% 펴냄
2000년생이 겪은 최고 사건
2010년대 후반 ‘자산 폭등’
자신의 목표 달성할 가능성
직장 생활만으론 쉽지 않아
초합리·개인주의자로 변해
열악한 중소기업의 근무 현실을 그린 웹드라마 ‘좋좋소’ 한 장면. 신입 조충범(뒷줄 맨 왼쪽) 시각으로 정필돈 사장(앞줄 가운데)과의 갈등 관계가 폭넓은 공감을 받았다. [사진 출처=왓챠]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는 예리한 세대론이었다. 책 출간이 2018년이었으니 벌써 5년이 지났다. 임 작가가 신작 ‘2000년생이 온다’를 펴냈다. 사장님이 자신을 ‘구독’하고 있다고 말하는 ‘월정액 직장인’ 2000년대생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아래 2개의 인용문을 통해 2000년대생 직장 풍경을 엿보자. 저자가 직접 듣거나 취재한 실화다.

#1. “팀장님, 총 네 페이지니까 두 페이지는 팀장님이 하시고, 한 페이지씩 저랑 제 옆 동기가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월급에 비례해 일을 나누면 빨리 처리가 가능할 것 같아요.”

#2. “회식에 참여하지 못했으니 제 몫만큼 회식비를 나눠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원에 비례해 팀에 회식비가 배정되는데, 제 몫으로 배정된 금액까지 팀원들이 쓰는 건 부당합니다.”

주민등록번호가 ‘00’으로 시작되는 ‘저들’은 취업전선에 나온 지 오래다. 2019년 2000년생의 6.5%가 이미 취업했다. ‘90년대생이 온다’ 이후 ‘70년대생이 운다’는 책도 나왔지만, 70년대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80년대생, 90년대생 ‘팀장’이 2000년대생 ‘신입’과 일하고 있다.

80년대생에게 성장기에 영향을 준 최고의 사건은 ‘IMF 외환위기’였다. 꼭 우리집이 아니더라도 무너지는 가정은 이웃에 흔했고 그건 실시간으로 확산되는 보편적 비극이었다. 90년대생 성장기 최대 비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모두가 얼어붙은 채 어두운 터널을 걸었다.

그런데 2000년생은 성장기 최대 사건이 부모나 이웃만의 일이 아니었다. 2000년대생이 성장기에 겪은 최고 사건은 바로 ‘2010년대 후반 자산 폭등’이다. ‘남일’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일이다.

결과는 어떤가. 직장생활을 계속해서는 ‘나’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아예 전무하다. 상사 눈총 속에서 하루 1인분의 시간과 노력을 갈아넣어도 ‘집 한 채’ 장만하지 못한다. 명함지갑 속 회사명이 자부심이요, 출근이 자아실현이던 시대는 끝났다. 2000년대생 다수는 자신을 ‘월정액 직장인’이라고 생각한다. 한 달의 노동력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 넷플릭스나 티빙을 구독하듯 사장님이 나를 ‘월정액으로 구독하는’ 삶인 것이다.

오래 전 2003년, 박카스 TV광고를 기억하는지. 정장 말끔히 입고 출근 중이던 청년이 동네 슈퍼 아저씨에게 인사한다. “오늘 첫 출근합니다.” 슈퍼 아저씨는 답한다. “오 그래? 어떤 회사야?” “그냥 조그마한 회사에요.” “크기가 뭔 상관이야! 가서 크게 키워!” 저 광고 이후 꼭 20년이 지난 지금, “가서 크게 키워!”란 대답은 참 공허하다. “좋소(중소기업을 비하하는 은어)는 거르게”란 답이 나와야 참어른인 시대다. 어쩌면 슈퍼 아저씨의 “어떤 회사야?”란 질문부터 결례다.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웹드라마 ‘좋좋소’의 ‘좋소’ 정승네트워크에서 계약서를 쓰려는 주인공 조충범에게 사장 정필돈은 말했다. “아이 그런 건 믿음으로 가는 거지.” 그러나 2000년대생은 초합리주의와 초개인주의의 세대다. 이들은 더치페이도 차원이 다르다. 술값과 안주값을 나누고 술을 마시지 않은 동석자가 있다면 음식값의 ‘N분의 1’만 요구받는다. 카운터에서 자기가 계산하겠다던 신용카드를 들이밀던 모습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초개인주의자에게는 ‘하나를 알고 둘은 모른다’는 평가가 내려지곤 한다. 저자는 “여기서 ‘하나’는 경제적 이득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경제적 이득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다양한 종류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장 경제적 손해를 보지 않더라고 장기적으로 홀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일은 궁극적으로 세상과 ‘나’를 연결하며 회사야말로 가장 효율적으로 ‘실수’할 수 있는 곳이란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책은 결론 내린다. 회사는 착취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란 믿음, 돈을 벌기 위해 다니기도 하지만 혼자 일할 수 없기 때문에 다니는 게 회사란 믿음을 심어주자. 그러면 마음만은 진즉에 퇴사했던 2000년대생이 ‘뛰어난 동료’가 되어줄 것이라고 저자는 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