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왕조’ 전설 타자 SSG 총책임자 됐다
2000년대 최강팀 SK 이끈 주역
은퇴 13년 만에 해결사로 복귀
구단 잃어버린 신뢰 회복 숙제
“고참들 마음 얻겠다” 소통 강조
프로야구 SSG가 ‘SK 왕조’ 시절의 축이었던 김재현 전 LG 전력강화 코디네이터(48·사진)를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SSG는 15일 김 단장 선임을 발표하고 “SK 시절 왕조 구축 과정을 몸소 체험한 점, 최근까지 LG에서 육성 방향을 결정하고 실행한 경험을 큰 강점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인터뷰 과정에서 팀 상황에 대한 냉정한 진단, 청라시대를 대비해 구단이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부연했다.
1994년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 단장은 2004년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돼 SSG 전신인 SK로 이적했다. 2005년 지명타자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2006년에는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었으며 2007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등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던 ‘SK 왕조’의 역사를 직접 쓴 주역이다. 2010년 은퇴 뒤에는 한화와 야구대표팀 타격코치, 방송 해설위원 등으로 경험을 쌓았고 올해 LG로 19년 만에 돌아가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1994년 신인으로서 LG의 마지막 우승을 주도했고 프런트로서 29년 만에 LG 우승에 힘을 보탠 뒤 SSG 단장으로 새출발을 한다. 13년 만에 인천으로 복귀한다.
SSG는 최대 위기 속에서 ‘해결사’로 김 단장을 택했다. SK 시절 프런트 출신인 민경삼 SSG 랜더스 대표이사가 직접 선임했다. 단장으로서 역량과 함께 흔들리는 야구단의 정체성을 다시 정립할 수 있는 인물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합우승 이후 단장 교체 과정에서 비선실세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라 파문이 일었던 SSG는 올해도 시즌을 마치자마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은 김원형 감독을 명확한 이유 없이 경질했고, 새 감독 선임 과정에서 타 구단 소속 코치를 후보라 공개해 결과적으로 큰 민폐를 끼쳤고, 새 코치진 영입 과정에서도 타 구단에 상도의를 지키지 않아 리그에서 민심까지 잃었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였던 ‘원클럽맨’ 김강민을 2차 드래프트에 내놓고 한화가 지명하자 “뽑힐 줄 몰랐다”고 하는 등 상식 이하의 일 처리로 팬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모든 과정에 김성용 전 단장이 있었다.
구단의 안이한 처사로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게 된 SSG 팬들은 홈구장인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인천야구는 죽었다”며 근조화환을 보내 항의했다. 결국 책임을 지고 김 전 단장이 물러났고, 20일간 고민한 SSG는 팬들이 추억하고 환영할 만한 인물이자 전신 SK 색채가 매우 강한 인물에게 새 단장을 맡겼다.
나흘 전 민 대표이사로부터 직접 연락받고 면담한 김 단장은 고민 끝에 14일 밤 사인했다. 외국인 선수 계약, FA 협상 등 그동안 지체된 수많은 업무가 쌓여 있지만 무엇보다 SSG 구단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 단장은 “구단과 선수단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베테랑들의 마음부터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의 SSG 사태는 팬들뿐 아니라 팀 내 고참 선수들에게도 큰 상처와 불안감을 안겼다. 김광현, 최정 등 핵심 베테랑 선수들과 SK 최전성기를 함께 뛰었던 김 단장은 이들의 마음부터 끌어안겠다고 했다.
배재흥 기자 heung@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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