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 가입 논의 시작” 회원국 편입 큰 고비 넘었다

선명수 기자 2023. 12. 1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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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 헝가리 총리, 표결 직전 회의장 떠나…26개국 정상 만장일치
젤렌스키 “유럽의 승리”…70조원 지원안은 헝가리 반대 막혀 불발
EU, 우크라 가입 절차 시작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후 취재진에게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회원국 가입 논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의 EU 회원국 가입 논의를 시작하기로 14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우크라이나가 정식 EU 회원국이 되기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크라이나는 숙원이었던 ‘EU 울타리’ 안에 편입되는 주요 관문을 넘게 됐다. 그러나 헝가리의 반대로 EU의 우크라이나 추가 원조 합의가 불발되면서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약화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8시간 가까이 이어진 협상 끝에 “EU 이사회는 우크라이나, 몰도바와 회원국 가입 논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EU 집행위원회가 두 국가의 가입 절차 개시를 권고한 데 따른 정상회의의 결정이다.

당초 예상된 최대 난관은 헝가리의 반대였다. EU의 가입 절차 개시 결정에는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데, 친러 성향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날 정상회의를 앞두고 EU 집행위가 헝가리에 배정됐던 EU 자금 3분의 1에 해당하는 102억유로에 대한 동결을 해제하면서 헝가리의 비토를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표결 당시 오르반 총리는 회원국들의 사전 동의를 얻어 회의장을 떠났다. 헝가리를 제외한 나머지 26개국 정상들만 배석한 상태에서 ‘만장일치’가 이뤄진 셈이다. 오르반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헝가리는 비합리적이고 잘못된 결정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고 썼다.

푸틴은 “우크라 공격 안 멈출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열린 연례 연말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4시간4분에 걸친 이날 회견에서 그는 우크라이나를 중립적 국가로 만드는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한 21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특별군사작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가 약화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이번 결정으로 서방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인하며 EU 가입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승리이자, 유럽 전체를 위한 승리”라고 환영했다.

반면 이날 정상회의의 또 다른 주요 안건이었던 500억유로(약 70조80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은 헝가리의 반대로 불발됐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금이 공화당 반대로 묶여 있는 가운데 EU 원조마저 헝가리의 어깃장으로 좌절되면서 우크라이나의 전투 수행 능력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BBC는 이날 러시아군이 4~5차례 공격할 동안 우크라이나군은 한 차례 공격할 정도로 무기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나흘 만인 지난해 2월28일 EU에 가입 신청서를 낸 지 1년10개월여 만에 가입 절차 논의를 시작하게 됐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빠른 속도지만 정식 회원국이 되기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최근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의 경우 가입 신청에서 2013년 최종 승인까지 10년이 걸렸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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