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만든 K배터리, 7년간 90조원 세액공제 혜택

조재희 기자 2023. 12. 1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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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워싱턴 백악관 국빈실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 AFP 연합뉴스

미국에 진출한 K배터리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구체적인 지침이 나와 올해부터 향후 7년간 최대 90조원에 이르는 혜택을 받는다. 시행 첫해인 올해와 내년에 이 업체들이 얻는 이익은 연 1조원에 이르고, 생산 규모가 급증하는 2025년이 되면 연간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계획대로 추가 신·증설이 마무리되면 2026년부터 2029년까지 4년간 매년 20조원의 혜택을 받는다. 배터리는 물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업계도 앞으로 연간 1조원을 웃도는 보조금 등이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14일(현지 시각) 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내놓고, 올 초 생산·판매분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지난해 8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등의 현지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인 IRA를 시행하며, 올해부터 해당 기업의 투자금을 보조금으로 일부 돌려주는 AMPC를 적용하기로 했다.

미 정부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면 전기차 배터리 셀(전지)은 kWh(킬로와트시)당 35달러, 모듈(팩)은 kWh당 10달러, 태양광 셀은 W(와트)당 4센트, 모듈(패널)은 W당 7센트씩 현금을 주거나 세금을 줄여주기로 했다. 풍력도 현지에서 타워를 생산·판매하면 터빈발전기의 용량에 따라 W당 3센트씩 받는다.

미국 현지에서 공장을 신·증설할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배터리 3사를 비롯해 태양광 업체인 한화솔루션, 풍력타워 전문 기업인 CS윈드 등이 수혜를 받게 됐다. LG엔솔과 SK온은 올 3분기에만 AMPC에 따라 얻는 영업이익이 2000억원대에 이르고, 한화솔루션도 3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8월 미국 정부가 IRA 시행을 발표했을 당시 업계를 중심으로 기대했던 효과가 가시화한 셈이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발 빠르게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결과,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의 확산을 막고 현지 생산을 촉진하려고 내놓은 IRA가 이 업계들에 깜짝 효과로 돌아왔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래픽=김현국

◇발 빠른 미 시장 공략… IRA가 선물로

중국 CATL에 이어 세계 2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LG엔솔은 2010년 미시간주 홀랜드에 배터리 공장을 착공, 2012년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모터쇼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전기차 시장이 제대로 조성되기 전이었지만 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공략하며 수주를 늘려 갔다.

테슬라의 등장과 함께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 조짐을 보이자 LG엔솔은 2020년 GM과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했고, 작년 말에는 오하이오 공장에서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SK온도 미국 조지아에서 2019년 기공식을 연 데 이어 지난해부터 21.5GWh 규모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그 결과 두 회사가 올 들어 1~3분기 AMPC로 혜택을 받은 금액만 각각 4267억원, 3769억원에 이른다. 3분기만 따져도 각각 2155억원, 2099억원이다.

국내에선 중국 업체에 시장을 내주고 만 한화솔루션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향했다. 2019년 6월 생산을 시작한 태양광 모듈 공장의 생산 능력은 올 들어 3.4GW(기가와트) 늘어나며 3분기에만 350억원을 벌었다. 2021년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덴마크 베스타스의 콜로라도 공장을 인수한 세계 1위 풍력타워 업체 CS윈드도 연말까지 추산되는 보조금이 1000억원에 이른다.

◇IRA로 중국은 배제, 국내 기업 글로벌 경쟁력은 일단 강화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IRA에 따른 효과는 더 커지고,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LG엔솔은 2025년 지금의 3배 수준인 300GWh 수준으로 생산 규모가 늘고, SK온은 현재의 6배를 웃도는 140GWh에 이른다. 아직 미국 공장이 없는 삼성SDI 또한 2025년부터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다. 이런 증설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IRA 혜택이 급증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보조금 혜택을 못 받는 전기차, 해외우려기관(FEOC) 지정으로 원자재 조달과 합작 투자 부담이 커진 이차전지 소재 등 IRA에 타격을 입은 업계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미국의 대중 견제와 AMPC 보조금 혜택은 한국 기업에 매출 확대, 수익성 증대, 기술 경쟁력 제고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국내 산업 공동화와 국내 일자리 창출 능력 저하는 앞으로 숙제”라고 말했다.

☞IRA·AMPC·FEOC

인플레이션감축법 (IRA·Inflation Reduction Act)

작년 8월 미 정부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법안. 이 법 안에는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조금 지급 규정이 있는데, 전기차·배터리·에너지 등을 현지 생산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하면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 (AMPC·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태양광·풍력·핵심 광물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미 정부가 IRA 시행에 따라 제공하는 보조금. 판매 물량에 따라 지급한다.

해외 우려 기관 (FEOC·Foreign Entity of Concern)

IRA 시행 과정에서 중국 기업이나 중국과 연관된 기업에서 제조한 제품의 사용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지정하는 대상. FEOC에서 추출·가공·재활용한 광물과 제조·조립한 부품이 들어간 배터리에는 보조금 혜택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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