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10명 중 7명 “결혼, 꼭 해야 해?”

통계청, 2023 사회동향 발표
결혼·출산 가장 큰 걸림돌 ‘돈’

20대 소득 줄고 부채 대폭 증가
빚 대부분 전월세 보증금 대출

지난해 20대 여성 10명 중 2.7명만 결혼에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20~30대가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가장 주된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었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3’을 보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20대 여성은 지난해 기준 27.5%에 그쳤다. 절반 이상이 결혼을 원했던 2008년(52.9%)과 비교하면 25.4%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결혼에 긍정적인 20대 남성 비중도 71.9%에서 41.9%로 떨어졌다.

모든 연령대가 결혼을 하지 않는 주요 이유로 결혼자금 부족을 꼽았다. 이런 경향은 20~30대 청년층에서 두드러졌다. 20대는 결혼자금 부족이 32.7%로 가장 높았고 이어 결혼 필요성을 못 느낌(19.3%), 출산과 양육 부담(11.1%), 직업·고용상태 불안정(10.6%) 순이었다.

청년들의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도 경제력이었다. 20대는 출산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항으로 경제적 여건(54%)을 제일 많이 꼽았다. 배우자의 육아 분담(38.7%), 보육·양육 서비스 이용(33.8%)이라고 답한 비율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결혼과 관련해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동안 독신·동거·무자녀에 관한 긍정적 인식은 늘었다. 2015~2020년 5년 사이에 20~30대의 독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39.1%에서 47.7%로 8.6%포인트 높아졌다. 2020년 기준 동거와 무자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각각 40.6%, 44.1%로 부정적 인식보다 높았다.

소득과 부채, 주거로 살펴본 20대의 생활형편은 전 연령 중 가장 팍팍했다.

모든 세대의 소득이 늘어나는 동안 20대 소득만 유일하게 뒷걸음쳤다. 2021년 기준 20대 이하 가구주의 소득은 3114만원으로 2018년과 비교해 7.4% 줄었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가 10~22%가량 소득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빚은 가장 빨리 불어났다. 2022년 기준 20대 이하 부채보유액은 가구당 5014만원으로 2018년(2591만원)보다 93.5%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의 부채가 8088만원에서 1억1307만원으로 39.8%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속도가 빠르다.

청년층에서 늘어난 빚 대부분은 전월세 보증금 대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2018~2022년 20대 이하의 금융자산은 36.5% 늘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20대 이하 금융자산의 대부분은 전월세 보증금(70.1%·2022년 기준)이 차지했다. 전월세 보증금 대출로 부채가 커지면서 금융자산이 증가한 셈이다.

청년 절반 이상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9~34세 청년의 가구 유형 가운데 부모와 동거하는 비혼 청년 가구가 59.7%로 가장 많았다. 청년 중 25.4%는 혼자 살고 있었는데, 청년 독거 가구의 40~50%가 연립 다세대에 살았고 반지하·지하·옥상의 거주 비율도 수도권 거주 청년 독거 가구에서 3.24%로 가장 높았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