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재미 본 삼성, 이번에도 준비했다… NPB 출신 맥키논 영입으로 또 대박?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데이비드 뷰캐넌(34‧삼성)은 뛰어난 기량과 뛰어난 인성으로 삼성 팬들은 물론 KBO리그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다. 2020년 삼성에 입단해 4년간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팀 마운드를 이끌었다. 마운드에서는 책임감을, 더그아웃에서는 친밀함을 모두 남긴 쉽지 않은 외국인 선수다.
뷰캐넌은 2020년 27경기에서 15승을 거둔 이후 2021년 16승, 2022년 11승, 그리고 올해도 12승을 거두며 기복 없는 성적을 남겼다. 한 살 한 살 먹는 나이에 우려도 있었으나 말 그대로 기우였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자랑하는 뷰캐넌은 2023년 30경기에서 188이닝을 던지며 12승8패 평균자책점 2.54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오히려 매년 떨어지고 있다. 2020년은 3.45, 2021년 3.10, 지난해는 3.04였는데 올해 처음으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그런 뷰캐넌도 2020년 입단 당시까지만 해도 회의적인 시선이 가득 찼던 선수였다. 뷰캐넌은 2014년 필라델피아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년간 35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가 8승17패 평균자책점 5.01이라는 비교적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선수였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일본 무대에서 재기를 선택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뷰캐넌은 2017년 야쿠르트에 입단해 일본 생활을 시작했고, 2019년까지 뛰었다. 하지만 2019년 성적이 좋지 못했다. 전형적인 하락세였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에 온 뷰캐넌을 놓고 전망은 엇갈렸다. “일본보다 한 수 아래인 한국에서는 충분히 통할 구위와 운영”이라는 평가가 있었는가 하면, “한 번 하락세에 접어든 선수”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뷰캐넌은 후자를 완벽하게 무시하며 삼성 외국인 투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됐다.
여기서 힘을 얻은 삼성은 이후 일본 무대를 부지런히 뒤지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는 선수들은 현재의 기량에서 더 나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아무래도 풀이 넓기 때문에 그중에 더 좋은 선수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반대로 일본에서 뛰던 선수들은 설사 성적이 조금 안 좋았다 하더라도 낯선 동양 무대에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친 상태였다. 여기에 일본에서도 재계약 제안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절실함이 더 크고, 상대적으로 저렴해 협상에서도 유리했다. 또한 그 선수들도 한때는 일본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입단한 선수들이었다. 이미 어느 정도 고점은 있는 선수들이고, 부족한 점만 조금 보완하면 된다는 생각이 퍼진 것이다.
뷰캐넌의 성공을 목도한 삼성은 2021년 중장거리 타입인 호세 피렐라를 영입해 또 재미를 봤다. 피렐라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어 제법 경력이 화려한 선수였는데 2020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쓴맛을 봤다. 99경기 출전에 그쳤고,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723에 머물렀다. 11홈런, 34타점의 성적으로 재계약이 가능할 리 만무했다. 그때 피렐라를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보고 있었던 삼성의 레이더가 움직였고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피렐라를 영입하며 성공의 발판을 놨다.
이후 피렐라는 3년간 420경기에서 타율 0.305, 73홈런, 286타점을 기록하는 등 삼성의 주축 타자로 활약했다. 역시 성실한 선수였고 자기 장점이 있었다. 비록 올해 139경기에서 타율 0.285, 16홈런, 80타점으로 주춤하며 재계약에 이르지 못했으나 나름 성공한 영입으로 평가된다. 뷰캐넌과 피렐라는 사고 방식과 팬들의 ‘니즈’가 다른 동양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선수였고, 친근함과 성실함은 그들이 가진 또 다른 좋은 무기가 되기도 했다.
삼성은 2022년에도 우완 알버트 수아레즈를 영입하며 다시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역시 일본에서는 하락세였지만 한국에서는 통할 만한 구위를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30경기에서 173⅔이닝을 던지며 6승8패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하며 재계약에 골인했다. 올해 부상 탓에 중도에 퇴출되기는 했으나 일본파 외국인 선수의 성공작으로 기억된다. 수아레즈는 시즌이 끝난 뒤 KBO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기도 하는 등 여전한 시장 경쟁력을 자랑했다.
그런 삼성은 2024년 시즌을 앞두고도 일본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피렐라를 대체할 외국인 타자를 찾던 삼성은 15일 데이비드 맥키논(29)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90만 달러의 조건이다. 투수가 아닌, 새 외국인 타자를 찾을 때 보통 100만 달러를 꽉 채우지는 않는데 삼성은 아낌없이 100만 달러를 모두 보장했다. 삼성의 기대치를 읽을 수 있다.
맥키논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그렇게 화려한 선수는 아니다. 2017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LA 에인절스의 32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지명 순위가 높지 않았다. 다만 마이너리그에서는 꽤 이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마이너리그 각 단계를 두루 거쳤으며 더블A와 트리플A에서는 성적이 좋았다. 2021년 더블A 99경기에서 타율 0.285, OPS(출루율+장타율) 0.854, 2022년 트리플A에서는 79경기에서 타율 0.318, OPS 1.001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물론 트리플A 무대가 타고투저인 퍼시픽코스트리그임을 감안해야겠으나 아무나 낼 수 있는 성적은 아니었다. 14개의 홈런을 비롯해 많은 장타를 쳐 장타율이 0.631에 이르렀고, 삼진과 볼넷 개수도 비슷해 출루율 또한 0.429로 높은 편이었다. 그런 맥키논은 2022년 메이저리그 데뷔의 기회를 얻기도 했다. 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6경기, 이후 오클랜드로 이적해 6경기를 더 추가했다.
다만 2022년 메이저리그 22경기 성적은 타율 0.140, 출루율 0.228, 6타점, OPS 0.368로 미국 구단들의 관심을 받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때 맥키논은 일본프로야구행을 결심한다. 마이너리그에서 받기 어려운 연봉에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미국 복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례를 봤을 것으로 풀이된다. 맥키논은 2023년 세이부에 입단했고, 투고 성향이 있는 일본에서 15개의 홈런을 치며 나름대로의 장기를 과시했다.
맥키논은 일본에서도 삼진 대비 볼넷 개수가 그렇게 적은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 1루와 3루를 모두 볼 수 있다. 마이너리그부터 그랬다. 1루 수비는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일본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지표만 놓고 보면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삼성 또한 “선구안이 좋고 컨택능력이 뛰어난 중장거리 유형의 오른손 타자로, 안정적인 1루 수비와 3루 수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은 “성실한 훈련태도와 일본 야구 경험을 바탕으로 KBO리그에 빠르게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맥키논의 합류로 내야진 운용의 다양성을 확보함은 중심타선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일본프로야구는 투수 수준이 한국보다 한 수 높다. 맥키논이 삼진을 줄이고, 볼넷 비율을 조금 더 늘릴 수 있다면 까다로운 타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유형도 아니라 기복도 덜 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즉, 전반적인 홈런 고점이 아주 높은 타자는 아니지만, 아주 실패할 가능성도 크지 않은 선수다. 삼성 타선에 도움이 된다면 삼성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더불어 내년 타격 짜임새가 더 좋아질 수 있다.
한편 삼성은 여전히 뷰캐넌과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양측의 생각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뷰캐넌이 삼성을 외면하고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이라는 확실한 정황은 없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해답을 찾을 것이라 기대를 모은다. 또 하나의 새 외국인 투수 또한 현재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내년 비상하려면 외국인 선수들의 힘이 필요한데, 일단 하나의 퍼즐은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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