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은성수 前금융위원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 수사 요청
병무청이 전직 장관급 인사의 아들이 포함된 병역 기피자 355명의 이름과 주소 등 인적 사항을 14일 인터넷에 공개했다. 지난해 병역 의무를 기피해 현재까지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로, 현역병 입영 기피 109명, 사회복무요원 소집 기피 46명, 대체 복무 소집 기피 2명, 병역 판정 검사 기피 23명, 국외 여행 허가 의무 위반 175명 등이다. 병무청은 지난 3월 이들에게 인적 사항이 공개될 것이라고 안내하고 소명할 기회를 6개월간 준 뒤, 심의를 거쳐 공개 대상자를 확정했다.
병역 기피자에는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의 아들 은모(31)씨가 포함됐다. 병무청은 은씨가 지난해 1월 국외 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자 지난해 7월 은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병무청 공무원들을 은씨의 병역 기피를 도운 혐의로 최근 검찰에 수사 요청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감사원은 은 전 위원장도 아들의 병역 기피와 관련해 병무청 공무원들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해, 수사를 위한 참고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은씨는 2021년 국외 여행 허가를 받아 출국해 있는 상태에서 허가 기간 연장을 신청했고, 병무청이 이를 불허했는데도 귀국하지 않았다. 병무청은 그해 12월 은씨를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했으나, 은씨는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고 병무청에 국외 여행 허가 기간 연장 불허에 대한 이의 신청을 했다. 병무청이 이의 신청을 받아주고 은씨가 지난해 1월 귀국하면서 고발이 취하됐으나, 은씨는 같은 달 다시 국외 여행 허가를 받아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병무청 공무원들이 은씨가 병역 기피로 고발된 상태에서도 은씨의 이의 신청을 받아준 과정에 비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은 전 위원장이 2021년 말 병무청에 연락하는 과정에서 은씨에 대한 편의 제공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 전 위원장은 당시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에서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은 전 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시차로 인해 아들과 병무청이 서로 연락이 되지 않을 때, 아들이 ‘미국에서 영주권 취득과 관련한 이슈가 있어 한국에 들어오기 어렵다’고 하는 것을 병무청에 대신 전달해 주기만 했다”며, “편의 제공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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