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적수를 만났다”... 사이언스가 뽑은 ‘올해 최고 과학 혁신’은
“비만이 적수(match)를 만났다.”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가 14일(현지 시각) 만병의 근원인 비만과의 전쟁에서 인류를 승리로 이끌 약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를 ‘올해의 혁신(Breakthrough of the year)’으로 꼽았다. 사이언스는 “GLP-1은 1940년대 시작된 비만 치료제 개발의 안타까운 역사에 새 희망을 솟아나게 했다”면서 “GLP-1은 비만을 단순한 개인 의지의 실패가 아니라, 생물학에 뿌리를 둔 만성 질환이라는 인식도 심어줬다”고 했다.
1980년대 초 발견돼 당뇨 치료제로 개발된 GLP-1은 호르몬을 모방해 적은 음식으로도 긴 포만감을 느끼게 해준다. GLP-1에 기반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16개월간 매주 맞으면 체중이 평균 15%가 줄어드는 강력한 효과로 블록버스터 신약이 됐다. 올해 미국인의 1.7%가 위고비 또는 같은 성분의 당뇨 치료제 오젬픽을 처방받았고, 노보노디스크 시가총액은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을 뛰어넘었다. GLP-1은 심장마비, 뇌졸중, 신장 질환 위험을 감소시키고 술과 담배 욕구까지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다만 사이언스는 GLP-1이 수많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부작용과 한계가 있다고 했다. 매달 1000달러가 넘는 비용이 들고, 투약을 중단하면 손실된 체중 대부분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사이언스는 올해의 혁신 준우승(Runners-up)으로는 알츠하이머 진행 속도를 늦추는 항체 치료제와 더 저렴하면서 생산이 쉬운 말라리아 백신을 꼽았다. 인류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시점을 기존 학설보다 5000년 이상 앞당긴 뉴멕시코 고대 호수의 인간 발자국, 초대형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나온 중력파 소리 포착, 남극을 제외한 전 지구 지표면 아래에 위치한 천연 수소 공급원 발견, 인공지능을 활용한 일기예보의 발전 등도 혁신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주목할 과학계 실패(Breakdowns)에는 한국의 상온 초전도체 LK-99 논란이 포함됐다. 사이언스는 “한국 연구팀이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주장은 화제가 됐지만, 즉각 과학계의 회의적인 반발에 부딪혔다”며 “부정 행위 혐의가 제기되지는 않았지만 상온 초전도체의 꿈을 좇는 과정에서 발생한 또 다른 유명한 실수가 됐다”고 했다. 이 밖에 미국이 기후 변화 관측의 최전선인 남극 연구소 지원을 축소한 것, 코로나 엔데믹 이후에도 지속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음모론 등도 주요 실패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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