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다녀온 이재용 “반도체가 성과의 90%”…튼튼한 우군 확보

박현익 기자 2023. 12. 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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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거의 90%였죠."

이 회장과 함께 귀국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도 "반도체 공급망에서 굉장히 튼튼한 우군을 확보했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와 ASML간 협력 강화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한국이 한 층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장비를 다룰 기술 자산이 쌓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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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네덜란드 방문을 마치고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3.12.15 서울=뉴시스
“반도체가 거의 90%였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동행을 마치고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면서 경제 분야 성과를 이렇게 전했다. 한국과 네덜란드 간 반도체 협력강화에 따른 만족감과 기대를 응축한 문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는 단순히 첨단장비를 사고 파는 것을 넘어 공동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기로 함으로써 보다 긴밀한 협업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이 회장과 함께 귀국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도 “반도체 공급망에서 굉장히 튼튼한 우군을 확보했다”고 했다.

●차세대 ‘2나노’ 장비 확보 기대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와 ASML간 협력 강화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한국이 한 층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ASML이 전세계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극자외선(EUV) 기기는 반도체에 미세 회로를 그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노광(露光) 장비다. 한 대에 수 천억 원에 달하는 EUV 장비는 생산량이 제한적이어서 매년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ASML이 곧 출시할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 EUV’에도 글로벌 반도체업체들이 모두 주목하고 있다. 하이NA EUV는 차세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인 2나노(n·1나노는 10억 분의 1)를 겨냥해 개발된 장비다. 메모리에서도 최선단 D램 양산 수준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ASML은 내년 초도 생산에 들어가 2025년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경 사장은 이날 “하이NA EUV에 대한 기술적인 우선권을 갖게 됐다”며 “장기적으로 D램과 로직(시스템) 반도체에서 하이NA EUV를 잘 쓸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은 앞다퉈 하이NA EUV 확보전을 벌여 왔다. 2025년을 전후로 본격적인 2나노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각 사마다 5대 안팎의 물량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EUV 장비는 워낙 귀해 한 대라도 더 들여오는 게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이 네덜란드 방문을 마치고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3.12.15 서울=뉴시스

●구매자-판매자 넘은 협업관계 구축

삼성전자와 ASML은 1조 원을 함께 투자해 내년부터 한국에 공동 R&D센터를 짓기로 했다. 이는 구매자(삼성)와 판매자(ASML) 간 관계를 뛰어넘는 협업을 의미한다.

R&D센터에는 두 회사 연구원들이 함께 투입돼 고난도 최신 장비를 실제 반도체 생산공정에 최적화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EUV 장비 등은 단순히 도입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적용에 앞서 나타날 문제점을 파악하고 수율(정상품 비율)을 개선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반도체 생산업체와 장비업체 간 공동연구는 이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확연하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 사장도 “이번 (ASML과의) 협약은 경기 동탄에 공동 연구소를 짓고 그곳에 하이NA EUV를 들여와 삼성·ASML 엔지니어들이 같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며 “장비를 빨리 들여온다는 관점보다는 삼성이 하이NA EUV를 더 잘 쓸 수 있는 협력관계를 맺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중장기 협력을 통한 추가적인 기술이나 장비 공동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장비를 다룰 기술 자산이 쌓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공동 R&D를 통해 관계가 긴밀해지면 장비 수급이 보다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 기존에 부족한 장비 분야 기술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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