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뷰]원희룡이냐, 한동훈이냐…누가되든 '윤심' 논란
'수도권 역할론'에 '원희룡 라인' 줄서기도 감지
두 사람 모두 '친윤 한계'…'쇄신 기회' 놓칠 우려도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국민의힘이 당대표 궐위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서두르면서, 당 위기를 수습할 수장 물색에 분주하다. 그동안 당과 연관된 굵직한 이름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당내는 '원희룡-한동훈' 두 사람에게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다만 이들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과 맞닿은 인사인 만큼, '수평적 당정관계' 구축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내 대다수 의원은 김기현 대표 실각 이후 비대위 물결이 거세지자, 비대위원장 인선에 한마디씩 보태고 있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15일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해 당내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특정 인사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현재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윤 대통령의 '숨은 책사'로 불리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경우, 정치적 경험과 연륜을 비롯해 윤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여러 조언을 하는 인물로 알려진 만큼 적임자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그러나 비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라는 점과 '윤심'과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김한길 비대위원장설'에 반기를 들자 수면 아래로 들어간 상황이다.
◇ "한동훈 몰아가려다 실패한 의총"
비대위원장 인선 논의를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김 위원장보단, '원희룡-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은 "생각보다 자기주장들을 많이 얘기하는 분위기"라면서 '의도성'이 돋보였다고 전했다.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어떤 세력이라고 정의할 수 없지만, 한 장관을 몰고 가려는 상황이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의총 하이라이트였던 김웅 의원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설에 대해) 가장 강하게 말하다 보니, 한 장관을 몰아가려는 것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두 명의 후보를 추천한 배경은 크게 인지도와 당내 경험으로 나뉜다. 한 장관의 경우, 대망론이 언급될 정도로 당내에선 차기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한 장관은 기성 정치인보다 말도 잘할 뿐 아니라, 그 바탕이 인기와 감각으로도 나타나는 등 당에 절대 필요한 자원"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추천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설'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분위기다. 인지도면에서 선거 전면에 내세울만 인물이 딱히 없는 여당 입장에선, 소위 '스타플레이어'인 한 장관 등판이 지지율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 장관이 '윤심'을 잘못 읽을 가능성이 적은 만큼 '당정일체'를 보여주며 내년 총선을 안정감 있게 이끌 거라는 전망이 많다.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김웅 의원은 의총에서 한 장관이 '윤 대통령 아바타'라는 이유를 들며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도 "한 장관은 똑똑한 분이지만, 윤 대통령과 연관성이 크고 각을 세우기 어렵다"고 했다. 무엇보다 당내 일부에선 정치적 경험이 미숙하다는 점과 최근 개각 대상에도 오르지 않아 퇴임 수순을 밟기까지 최소 4주가 걸리는 만큼,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김기현 체제 붕괴 전후 '원희룡 라인'으로 대거 이동
원 장관의 경우는 한 장관과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이날 의총에서도 다수 의원이 원 장관에게 힘을 싣지는 않았다. 그러나 4선 김학용 의원이 편 '원희룡 역할론'이 수도권 선거 승리를 원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원 장관은 무엇보다 서울 양천갑에서 내리 3선을 한 대표적인 '수도권 정치인'이다. 이때문에 당내에서도 원 장관의 가능성을 고려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 초대 장관으로서 윤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는 점과 과거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바른정당으로 옮긴 '소장파'라는 인식 때문에 '주류-비주류'와 소통이 가능한 인물로 보고 있다.
실제 당내에서도 김 전 대표 실각 전후로 다수 인사들이 소위 '원희룡 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당 관계자는 "원 장관 쪽으로 많이 줄을 서고 있는 상황이라 비대위원장은 원 장관이 될 거라 보는 사람도 있다"며 "과거 지도부 측 인사가 '원 장관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를 전한 만큼, 비대위원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 원희룡-한동훈 모두 '친윤 꼬리표'
물론, 원 장관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 의원은 '원희룡 비대위원장' 카드는 한 장관 대항용"이라며 "윤석열 정부 내각에 있던 사람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원희룡-한동훈 비대위원장설'에 대한 공통적인 부정적 여론은 '윤심'으로 연결된다. 대중적 인지도와 정치적 경험 등 비대위원장으로서 적합한 인물인지와 별개로 윤 대통령과의 친분이 문제되고 있다. 그동안 윤심에 향방에 따라 구축된 '수직적 당정관계'가 선거 패배로 드러난 만큼, 이번 계기를 통해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크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원희룡·한동훈이 오더라도 김 전 대표 상황과 뭐가 다르겠나냐"면서 "수평적 당정관계도 어렵다.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이전과 다른 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의총에서도 많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친윤'계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국민의힘은 쇄신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비대위는 비상 상황을 극복하고 차별성을 보여주는 콘셉트여야 하는 만큼, 법조인이 아닌 인물이나 친윤이 아닌 인물 등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야당은 검찰독재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는데, 검찰 출신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면 국민에게 맞서는 것이고, 호랑이 입에 주먹을 넣는 꼴"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검찰 출신이나 친윤계 인사가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되면 국민에게 좋은 의미보다 부정적 의미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며 "윤 대통령 임기가 6개월 이내면 상관없는 전략이지만, 1년 넘게 당정이 부정적 인식을 줬던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식적인 비대위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또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이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되어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거론된 인사들이 모두 윤석열 정부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지만, 점진적인 지지율 우하향 가능성은 반등보다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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