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재생에너지 용량 3배보다 훨씬 더 늘려야”
“미래세대 생존 위해 말과 행동 맞춰야”
“원전 확대·CCS 의존 대응은 오판될 것”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한국에 던진 중요한 과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가속화’라는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총회에서 198개 협약 당사국들은 에너지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폐막일 채택된 ‘아랍에미리트 컨센서스’에는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충 및 에너지효율 2배 증대 △원자력 및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CUS) 등 저탄소 기술 가속화 △저감장치 없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등도 포함돼 있다. 이 합의 내용 가운데 특히 재생에너지는 설비용량 기준으로 ‘2030년까지 3배 확충’으로 목표가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이 목표는 지구 전체를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한국에는 국제적 위상을 감안할 때 최소 평균 이상의 기여를 요구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6명의 기후 전문가의 답변을 들었다.
‘재생에너지 3배 확충’ 서약한 정부, 언행일치를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증가시키는 것은 세계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한 국가가 3배로 증가시키는 것이 반드시 중요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9위, 경제 규모 13위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턱없이 낮은 한국의 현재를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용량 확대에서는 평균인 3배가 아니라 그 갑절로 확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부 스스로 서약한 대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언행일치’를 보여야 한다”(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는 지적도 나왔다. 장 위원은 “재생에너지 3배 확대는 세계적으로 그 정도 늘리자는 선언적인 의미”라고 전제한 뒤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으로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인데 워낙 발전량이 많아 절대량으로는 거의 10위권 안에 든다. (국가별 세 배라고 하면) 한국도 엄청난 점핑(설비량 확대)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또한 비슷한 의견으로 “정부가 이번에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늘리기로 약속했지만 지금까지는 약속과 완전히 반대로 행동해 중소기업이 많은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다 깨어지게 생겼다”며 “총회에서 한 국제적 합의를 지킨다는 차원을 넘어 산업과 미래 세대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로 보고 이제는 말과 행동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운 한양대 글로벌기후환경학과 교수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하는 것은 2050년 탄소중립이고, 필요하다면 3배가 아니고 더 증가시켜야 된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화석연료와 수출 중심으로 돼 있는 경제구조로 보면 우리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여건은 굉장히 안 좋다”며 “지금 탄소중립 달성에 가장 장애요인이기도 하지만 저탄소 경제로 가는 핵심요소를 가지고 있는 산업계가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과 CCS로 기후위기 해결하겠다면 크나큰 오판
당사국총회에서 한 약속에 부합하게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수정이 불가피하다. 윤석열 정부가 올해 초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문재인 정부 때 잡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30.2%를 21.6%로 낮추면서 2030년 설비용량 목표를 72.7GW(기가와트)로 잡았다. 이 가운데 신에너지로 분류되는 연료전지와 석탄액화가스(IGCC) 설비를 제외한 재생에너지 설비는 69.8GW다. 같은 기준으로 한국전력이 집계한 지난해 재생에너지 설비 25.1GW가 3배가 되려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제시된 것보다 5.5GW 많은 75.3GW까지 더 늘어나야 한다.
홍 교수는 이번 합의문에 ‘원자력과 탄소포집저장 등 저탄소 기술 가속화’가 포함된 것을 지적하며 “원전 확대는 핵폐기물 저장소 구축 등 강력한 전제조건이 있고, 탄소포집저장도 전문가들로부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가 무수히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런 것들로 기후변화 문제 해결하겠다고 한다면 크나큰 오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 설비 3배 확충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조금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재생에너지가 여전히 강조됐지만, 원자력을 3배로 늘리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 주도로 합의가 되는 등 다양한 청정에너지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국가들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그런 점도 국내 정책을 마련하는 데 참고가 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 결과가 한국에 주는 중요한 함의는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충과 함께 에너지 효율 2배 증대 부분에 있다고 본다”며 “재생에너지를 실제로 확산하기 위해서 이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송배전) 계통 등 구체적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효율 2배 증대에는 너무 정치적으로 눌려 있는 전기요금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기후행동의 시작은 에너지 요금 정상화(로 인한 전력 소비 감소)에 있는 만큼 이제 하루빨리 에너지 요금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2035년 NDC 최신 기준, COP28 반영해 준비해야
이번 총회에는 기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계획(NDC)으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파리협정 전지구 이행점검(GST) 결과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총회에서 당사국들은 이런 결과를 반영해 내년 말까지 엔디시 이행 관련 ‘격년 투명성 보고서’(BTR)를, 2025년까지 ‘2035년 엔디시’를 유엔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두 가지를 제출하기 위한 준비는 당장 한국이 서둘러야 하는 과제다.
김소희 사무총장은 “현재 한국의 온실가스 통계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1996년 기준으로 돼 있는데 이것을 2006년 기준으로 바꿔 투명성 보고서를 작성하면 지금은 빠져 있는 불소계 냉매들과 우리가 천연가스를 수입해 오는데 따른 메탄 배출까지 들어가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운 교수는 “투명성 보고서에는 개별 정책과 조치 별 온실가스 감축 효과까지 다 써 내야 하는데 조금만 실수해도 유엔의 전문가 검증에서 다 드러나게 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올해 글로벌 이행점검 결과를 반영해 내년부터 새 엔디시 작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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