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학교 무상교육 차별말라” 일 정부에 500번째 외침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학교에 대한 차별을 멈춰라."
이날 집회에 앞서 조선대학 2학년생 리태휘씨는 문부과학성 관계자를 만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나가오카 게이코 문부과학상 앞으로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을 즉시 시정하라"는 요청서를 전달했다.
일본 정부의 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조선학교 학생들과 이를 지원하는 일본 시민들이 함께하는 '금요행동'이 시작된 것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대한 차별을 멈춰라.”
겨울 어스름이 내려앉기 시작한 15일 오후 4시 일본 도쿄 지요다구 문부과학성 앞.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에 반대하는 500번째 ‘금요행동’에 함께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 500명이 넘는 시민과 학생들이 응답 없는 일본 정부를 향해 함성을 질렀다.
일본 정부의 차별 조처로 무상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조선고급학교(3학년) 김지우양은 “제 중급(중학교) 후배들 중에 고급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다. 왜 배우려는 학생들을 차별하냐”며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조선고급학교를 졸업하고 조선대학(3학년)으로 진학한 김향미씨는 “6년 동안 매주 금요일 문부과학성 앞에서 차별을 중단해달라고 외쳤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후배들도 저처럼 이곳에서 싸우고 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날 집회에 앞서 조선대학 2학년생 리태휘씨는 문부과학성 관계자를 만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나가오카 게이코 문부과학상 앞으로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을 즉시 시정하라”는 요청서를 전달했다. 리씨는 “제가 법대에 간 것도 ‘어떻게 하면 후배들이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라며 “일본 정부는 이대로 놔두면 우리들의 저항이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조선학교 학생들과 이를 지원하는 일본 시민들이 함께하는 ‘금요행동’이 시작된 것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정부는 전임 민주당 정부 때인 2010년 4월 고등학교 수업료를 국가가 부담하는 고교 무상화 정책을 시작했다. ‘각종학교’로 분류되는 일본 내 다른 외국인 학교는 모두 이 제도의 적용을 받아 수업료가 공짜가 됐지만, 조선학교만 대상에서 제외됐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를 통해 북한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후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한 직후인 2013년 2월 관련 행정규칙의 근거 조항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조선학교는 무상화 대상에서 완전히 빠지게 된다.
후배들이 입게 된 피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조선대학 학생들은 2013년 5월부터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금요행동’을 시작했다. 이 움직임에 학부모 등도 발 벗고 나섰고, 일본 시민들도 합류했다. 집회는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이어져 이날로 벌써 500회를 맞았다.
항의 집회가 10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됐다. 2019년엔 유아교육 무상화 정책을 시작하면서 조선학교를 포함한 국제학교를 대상에서 제외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조선학교에 지급해오던 보조금을 줄이거나 지급을 중단하고 있다.
일본 사회의 벽은 여전히 강고하고 높지만, 국제사회는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차별 정책에 “시정하라”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와 아동권리위원회는 이미 수차례 일본 정부를 향해 “학생들이 차별 없는 평등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고교 무상화 배제를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차별에 굴하지 않는 학생들은 이날도 지난 10년간 불러왔던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들리는가 듣고 있는가/ 분노가 이제 다시 소리가 된다/ (중략) / 짓밟혀도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 너와 함께라면 싸울 수 있어.”(‘소리여 모여라 노래여 오너라’)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윤 대통령, 파리서 총수들 불러 폭탄주…엑스포 투표 나흘 전
- 인사청탁 문자 받아 건네려던 국힘 서울시의원, 딱 걸렸다
- 친윤 ‘한동훈 비대위’ 띄우자, 비윤 “김주애 올리는 꼴”
- 네덜란드, 국빈방문 전 ‘대사 초치’…과잉의전 요구에 항의?
- “2~3일간 한끼도 못 먹어” 가자지구 백만명이 굶고 있다
- 민주당 내 ‘이낙연 신당’ 비판 확산…최대 의원모임도 “철회를”
- “조선학교 무상교육 차별말라” 일 정부에 500번째 외침
- “바람의 아들 이종범을 아는가”…MLB ‘이정후 아버지’에 관심
- 박지성, 국힘 영입설에 폭소 “앞으로 제의 안 해주셨으면”
- [영상] 카이스트 로봇개, 100m 달리기 세계신기록…몇 초 걸렸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