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 내로남불] 김기현·장제원 결단하는데…소통 외치던 민주당은 잠잠

1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식에서 이재명 대표가 1호 영입인재인 박지혜 변호사에게 점퍼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국민의힘이 쇄신작업에 돌입했다. 친윤 핵심으로 불렸던 장제원 의원이 물러난 데 이어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물러났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른 빠른 당 체제 정비를 언급하며 조속한 수습 절차에 돌입했다.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고 시기상 늦은 감은 있지만 어쨌든 국민의힘은 여론의 혁신 요구에 응했다. 그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아닌 누가 물러난다 한들 대통령이 아닌 이상 여당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단한 것만큼의 파급력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대체로 잠잠하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승에도 불구하고 사법리스크 문제 등이 여전히 불거졌고, 비명계로부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주장이 나왔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일부 친명계 의원들도 공감대가 있는 공세에도 서둘러 답하지 않으면서 지연전략을 펴고 있다.

오히려 국민의힘을 향해 "정당 민주주의 후퇴고 반개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당 대표 퇴진과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가 혁신일까? 전 그렇게 생각 안 한다"면서 위 같은 주장을 폈다. 대통령실과 척을 졌다고 해서 당 대표와 유력 중진 인사들이 한꺼번에 불출마를 선언하고 2선 후퇴하는 건 과거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고, 선거 패배하거나 당원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 지도부 스스로 결심해 물러나는 경우는 있어도 이런 식의 퇴진은 본 적 없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뭐하냐고 하는데 (언론은) 그럼 대통령 한마디에 물러나는 게 혁신이라 보는 거냐"라면서 "민주당은 민주당 혁신의 시간에 따라 움직이겠다. 그렇게 걱정 안 하셔도 된다"는 말도 했다.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평가 절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이런 식의 주장은 이상해 보인다. 내로남불이 될 가능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주장은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오만인데, 바지사장을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로 요약된다. 그런데 정작 민주당은 이재명 체제가 변하지 않는 한 향후 이 대표를 중심으로 쇄신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민주당도 '김은경 혁신위'의 전례처럼 '바지사장 논란'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

나아가 당장 민주당에서도 이미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이 적지 않다. 오영환, 강민정 의원에 이어 홍성국 민주당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전 국회의장인 박병석 의원과 4선 우상호 의원도 불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들은 민주당 혁신의 시간에 포함이 안 되느냐는 질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만약 당 지도부의 '혁신의 시간' 시스템에 따라 혁신 여부가 정해지는 것이라면, 이들의 불출마 때 국민의힘에서는 불출마자가 없었다고 비판한 것도 잘못됐다고 해야 한다. 당연히 반직관적인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의 민주당에게 혁신이 필요 없을 수는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변화를 보면, 민주당은 특별한 혁신이나 쇄신 움직임이 없었음에도 국민의힘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온 조사가 많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큰 변수가 없는 한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특히 민주당 안팎에서는 차기 총선 후 민주당 의석에 대해 200석이니, 180석이니 하는 말도 나오고 있다. 만일 민주당이 혁신 없이도 대승할 수 있다면 당연히 민주당은 혁신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당연히 국민들도 초거대의석을 계속해 가져가는 민주당에게 혁신을 기대서는 안 된다.

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