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충남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어른이 아이들에게 할 일인가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전국 7개 시도 중 충남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의결됐다. 충남도의회는 15일 본회의를 열어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재석 인원 44명에 찬성 31명, 반대 13명으로 가결했다. 충남교육청은 재의 요청 방침을 밝혀 실제 폐지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례 존폐를 둘러싼 갈등은 다른 시도에서도 격화되고 있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조례를 교권 침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학생 인권을 더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있는 조례마저 없애겠다는 발상은 매우 유감스럽다.
현재 학생 인권을 보호하는 근거를 담은 학생인권조례는 충남 외에 서울·경기·인천·광주·전북·제주 등에서 시행 중이다. 서울시의회는 다음주 조례 폐지를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수인지라 통과 가능성이 크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3일부터 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1인 시위에 들어갔다. 경기에서도 도의회 여당 의원들 주도로 폐지안이 발의됐지만, 이날 야당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광주에서는 폐지 조례안에 대한 주민조례 청구가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조례 폐지가 교권보호 명분으로 추진된다는 것이다. 교권 하락은 조례 때문이 아니라 공교육 붕괴 때문임을 정녕 모르는지 묻는다.
학생인권조례 수난사는 길다. 이 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제정한 뒤 진영 갈등의 단골 소재로 쓰였다. 하지만 학교 문화 개선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았다. 그렇게 안착되는가 싶더니 당정이 조례 정비를 교육활동 보호의 대안으로 꺼내들면서 또 한번 격랑에 휩쓸리게 됐다. 조례를 일부 학생이 수업 시간에 자는 행위 등을 정당화하며 교권을 실추시킨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과잉해석에 왜곡까지 더해졌다. 입시에 내몰린 아이들의 처지를 헤아리기나 하고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적하듯 “학생인권조례가 추구하는 학생인권 보호와 학교 현장이 요구하는 교권 보장은 대립 관계에 있지 않다”. 무엇보다 두 개념을 대립적으로 보는 시각엔 동의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학생·교사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는 해법을 찾는 일이다. 조례에 문제가 있다면 지금 교육청이 하는 것처럼 보완하면 된다. 여당과 지방의회는 조례를 통째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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