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연기+투명테이프 투혼..‘스위트홈2’ 이진욱 “악플보면 웃겨, 잘 살아남았다!”[인터뷰 종합]
[OSEN=김나연 기자] 배우 이진욱이 ‘스위트홈 시즌2’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에서 편상욱 역을 맡은 배우 이진욱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스위트홈2’는 욕망이 괴물이 되는 세상. 그린홈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사투를 벌이는 현수와 그린홈의 생존자들, 그리고 또 다른 존재의 등장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현상들까지 새로운 욕망과 사건,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20년 12월 시즌1 공개에 이어 3년만인 이달 1일 시즌2가 공개된 가운데, 이진욱은 작품을 본 소감을 묻자 “저는 재밌게 잘 봤다. 다만 아쉽다고 생각하는 건 제 캐릭터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았겠다 하는 부분이다. 본인 것에 집중해서 보게 되니까. 시즌3에서는 시즌2보다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작중 이진욱이 맡은 편상욱은 전직 살인청부업자로, 시즌1 말미 사망한 듯했지만 상처가 사라진 채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재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바 있다. 이어 시즌2 1화를 통해 정의명(김성철 분)에게 몸을 빼앗긴 사실이 밝혀졌다. 뿐만아니라 시즌2 말미에서는 정의명의 정체가 서이경(이시영 분)의 남편인 남상원이며, MH-1이라는 것이 드러나 반전을 선사했다.
이에 이진욱은 “처음 대본 받았을 때 충격적인 이야기다 보니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 가는구나’ 싶었다. 충격적이면서도 극적인 캐릭터가 주어진 것이라 고민하기 편한 부분도 있었다. 연기를 하다보면 오히려 복잡한 설정이 접근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보통 막연하기 마련인데 복잡한 설정이 주어지면 방향은 정해진다. 방법을 찾으면 돼서 편하게 접근한 부분도 없잖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편상욱의 외형과는 달리 정의명의 내면을 연기해야 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을 터. 이진욱은 연기에 차이를 둔 포인트를 묻자 “배우들은 항상 그게 고민이다. 연기 변신이나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데 있어 배우들이 지향하는 바가 여러 종류가 있다. 누가 봐도 다른 캐릭터라고 임팩트를 줄 수 있으면 너무 좋겠지만, 진짜 어렵다. 제 목소리로, 제 얼굴로 연기해야 하는데 변주를 주다 보면 오히려 좋지 못한 반응을 얻을 때가 많은 것 같더라. 그걸 성공적으로 하는 배우가 드물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극적인 변화로 누가 봐도 ‘저 사람이 편상욱이야?’라는 느낌을 주는 것보다는, 어쨌든 편상욱의 몸에 들어온 거지 않나. 제 성대를 이용하고 제 근육을 이용하기 때문에 큰 변화에 중점을 두진 않았다. 그게 어떻게 보면 소극적 접근이라 볼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다른 느낌을 주는 것보단 가진 생각이 다르니 행동이나 눈빛이 바뀌는 걸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대본에 쓰인 게 있으니 행동 같은 부분이 많이 바뀌긴 했다”고 전했다.
특히 정의명이라는 캐릭터는 이미 시즌1에서 김성철이 연기했던 인물. 이에 이진욱은 “초반에 김성철 배우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성철이가 바쁜데도, 제가 문자로 대본을 읽어서 보내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더니 흔쾌히 응해줬다. 원래 시간을 맞춰보려 했는데 스케줄이 있어서 잘 안 맞더라. 그래서 녹음해서 보내준다고 해서 녹음본 듣고 초반에는 말투나 행동, 표정 같은 걸 따라 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상욱의 정체에 있어서 두 번의 반전이 등장하는 만큼 혼란스러워 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진욱은 “제가 많이 안 나와서 그렇다. 등장인물들이 많으니 이야기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그런 것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저는 충분히 전달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달이 잘 안 됐으면 시즌3를 보시면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거다. 시즌3에는 그 이야기들이 정확히 나온다”며 “시즌2에서 남상원의 시체를 보관하고 있다가 그렇게 만든 친구에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뒤로 이야기가 더 있다. 그걸 보시면 이해가 잘 되실 것”이라고 귀띔했다.
노출 장면의 비하인드도 전했다. 이진욱은 “제가 신인 배우는 아니니 현장에서 몸 쓰는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편하고 익숙하다. 노출이 있는 건 그 장면이 노출이 꼭 필요하다. 또 모두가 노출에 포커스를 맞추진 않았다. 그 신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노출이) 그렇게 많지도 않다. 이미 여러 군데에서 보였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런 날것의 느낌을 표현하기에는 상황적으로도 나체인게 맞기도 했다. 노출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신에 집중하다 보니 힘든 부분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사실 잔인하지 않나. 나체로 사람을 찌르고 피 튀기고 이런 게 사실 경험할 수도 없는 부분이고, 연기하는 캐릭터로도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런 캐릭터를 찍을 때 카타르시스, 쾌감이 느껴진다. 기분 좋은 쾌감은 아니지만 연기자로서의 그런 부정적 분노가 아니더라도 살면서 그런 게 마음에 쌓이지 않나. 그런 것들이 해소되는 게 느껴진다. 흔히 망치질하거나 부수는 카페도 있지 않나. 그런 것처럼 액션 뿐아니라 그런 장면을 찍을 때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찍고 나면 온몸이 이완되면서 편해지고. 캐릭터 연기하는데도 좋은 포인트다. 찍은 다음에 캐릭터에 더 몰입되기도 했고. 어쩔 수 없이 촬영을 하다보면 후반부에 캐릭터에 훨씬 더 집중되는 부분이 있다. 좋은 기폭제, 도화선이 됐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제작발표회 당시 “양쪽 얼굴을 다르게 연기했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얼굴표정을 고민하고 연기했다. 제가 연기에 변주가 큰 배우는 아니다 보니 그런 변화에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 좌뇌, 우뇌가 담당하는 부분이 다르지 않나. 그런 것을 차용해서 연기한다. 사람의 얼굴을 볼 때 좌우가 다르면 묘한 느낌이 들더라”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특히 그는 “제가 어릴 땐 날카로운 인상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자꾸 눈꼬리가 내려가고 인상이 착해지더라. 그런데 할리우드 배우들이 옆머리를 잡아서 뒤로 당겨서 고정시키고 윗머리로 덮는 방법을 많이 쓴다더라. 그 얘기를 듣고 분장팀에 얘기했더니 (도구를) 찾아주셨다. 화보 촬영 할때도 많이 쓰는데, 투명 테이프랑 끈 같은 게 있다. 옆을 당겨서 핀을 꽂아 고정하면 (눈꼬리가) 올라간다. 그걸 감독님한테 얘기했더니 괜찮은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촬영했다. 두통이 오긴 하지만 그 얼굴이 만족스러웠다. 성철이도 눈이 약간 올라갔지 않나. 초반에 다른 느낌을 주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도움받은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이진욱은 ‘스위트홈 시즌2’ 공개에 앞서 ‘이두나!’에 특별출연하는가 하면, 차기작으로 ‘오징어 게임 시즌2’ 합류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근느 “넷플릭스의 아들을 노리냐”고 묻자 “아들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아서 넷플릭스의 삼촌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제가 연차가 꽤 됐지 않나. 고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고 느껴진다. 어릴 때는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현장이든 불만이 없는 곳은 없다. 어릴 땐 쓸데 없이 감정에 동요가 생길 수밖에 없지만, 나이가 들면 후배를 도닥일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좋다. 넷플릭스 아들이 됐든 많이 불러주면 어떤 역할이든, 직업이 배우니까 열심히 해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드는 건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누구나 찾아오는 것이지 않나. 다만 현재의 상황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게 된다. 그렇지 못하면 불행해지는 것 같다. 어느 포인트에는 ‘어릴 때가 좋았다’ 싶다가도 배우로서는 어릴 때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많다. 저는 건조한 타입 인간이라 나이 들며 느끼는 부분이 배우로서 도움이 많이 됐다. 물론 젊은 게 좋긴 하다. 에너지 넘치고.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얻어지는 게 있지 않나. 그렇게 깨달은 걸 토대로 역할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새롭다. 찾기 나름인 것 같다. 배우들한테도 항상 그렇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 2006년 SBS 드라마 ‘연애시대’를 통해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한 이진욱은 어느덧 데뷔 20년을 맞이하게 됐다. 그는 “이제는 소회를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며 “잘 살아남았다. 기특하다. 대견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진욱은 “짧지 않은 시간이지 않나. 시즌1 인터뷰 때 어떤 기자님이 ‘좋은 연기로 감동을 줬다’는 취지의 말을 해주셔서 눈물 나는 걸 겨우 참았던 기억이 있다. 그 얘기를 듣는데 울컥하더라. 괜찮게 살았나보다 싶었다. 모든 작품에서 그런 평가를 받을 순 없겠지만, 어느 한 신에서라도 그런 느낌을 줬다면 그거면 된다. 앞으로도 그런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송강을 비롯해 이도현, 고민시, 박규영 등 ‘스위트홈’에는 많은 신인 배우들이 함께했다. 이진욱은 3년이라는 시간동안 대세 배우로 훌쩍 성장한 이들을 보며 “저도 후배들이 성장하는 걸 보고 흐뭇해지는 나이가 됐다. 이번 작품이 특히 그랬다. 신인들과 작품을 한 적이 크게 없었는데, 모두가 잘됐지 않나. 저도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라서 그냥 마음으로만 응원하고 흐뭇해했다. 실제로 봤을 때도 흐뭇하고 성장한 게 보인다. 전에는 병아리 같고 현장에서 아무것도 몰랐는데 자기 것이 생긴 걸 보면 신기하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건 실체가 없다. 그에 매몰되면 정신적으로 망가진다. 저는 거기서 자유롭고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편이라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걸 훈련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친구는 제가 T라서 그렇다고 하는데, 내 인생이지 않나. 댓글이나 논란이 많은데 ‘상처받지 마라. 그게 안 되면 보지마라’고 후배들한테 말한다. 저는 그런걸 잘 한다. 악플 보면 웃기고 재밌다. 그런데 보다 보면 저도 열이 받더라. 내가 이 정도면 애들은 안 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보지 마라’,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생각해라’고 하는 편이다. 도움이 많이 되더라”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진욱은 ‘스위트홈’ 시리즈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자 “연기적으로 제 인생에 큰 포인트”라고 답했다. 그는 “제가 원래 김성철 배우의 역할을 하고 싶어서 감독님한테 합류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감독님께서 편상욱 역할을 제안하셨다. 원작에선 누가 봐도 마동석 같은 캐릭터지 않나. 그런데 ‘그렇게 고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 없다’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그렇더라. 저를 편상욱 역으로 선택해 주신 게 고맙다. 이진욱이라는 배우에서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지 않나. 감독님이 여러가지로 고민하신 결과 편상욱은 기괴하고, 마주치면 무서운 것보다는 피하고 싶은 사람의 느낌으로 가자고 하셨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시즌1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았고,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많이 줘서 애착이 간다.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유독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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