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 주도권 논란 권영완 교수 “검증위 평가 부정확...내년 2월 학계와 토론할 것”
“기존과 다른 초전도체 특성 있어 검증 부정확해”
“퀀텀 측이 낸 APL머티리얼즈 논문은 거절 당해” 주장도
검증위 “기존과 다른 특성이라면 초전도체라고 볼 수 없어”
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LK-99′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LK-99 논문 저자 중 한 사람인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15일 기자들과 만나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만든 LK-99와 자신이 만든 초전도체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물질이라며 내년 2월에 관련 논문을 내고 학계와 공개 토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LK-99 국내 검증위원회(검증위)가 LK-99에 대해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권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R&D센터에서 조선비즈를 비롯한 몇몇 기자를 만나 검증위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검증위는 “공개된 논문 데이터와 국내외 재현실험 결과를 종합해 고려했을 때,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해외 연구진과 동일한 결론으로 주식시장에서 LK-99 특징주가 어떻게 움직이든 과학적으로는 LK-99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그러자 LK-99 관련 논문의 공동 저자인 권 교수가 나흘 만에 다시 얼굴을 보였다. 권 교수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김현탁 미국 버지니아 윌리엄 앤메리대 교수와의 다툼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권 교수는 LK-99의 실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실험실에서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틀 만에 검증위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자 다시 한 번 공개 석상에 선 것이다.
이 자리에서 권 교수는 자신이 만든 물질은 LK-99와 다르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자신이 만든 상온 초전도체를 LK-99와 구분해서 불러야 한다며 ‘K직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LK-99에 대해서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국제 학술지인 APL머티리얼즈에 논문 출판을 추진했지만 지난 12월 8일 거절당한 것으로 안다며 평가 절하했다.
대신 자신이 만든 상온 초전도체는 LK-99와 달리 실제 초전도성을 띤다며 내년 2월까지 물질의 순도를 높이고 이론을 완성해 새로운 논문을 내겠다고 밝혔다. 왜 논문을 내서 동료 연구자들의 교차평가를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잘못된 정보가 많아 우선 언론을 통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라며 내년 2월에는 논문과 학회 발표 등을 통해 다른 연구자들과 교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증위는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나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에 재현에 실패한 것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권 교수는 “초전도체 검증은 변수가 많고 논문에 공개한 정보만으로는 이렇게 빠르게 검증을 끝낼 수 없다”고 말했다.
검증위는 백서에서 LK-99는 초전도체의 두 가지 특징인 ‘제로 저항′과 ‘마이스너 효과’를 확인하지 못한 점을 근거로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검증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LK-99가 기존 초전도체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마이스너 효과가 1만배 분의 1 수준으로 낮은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검증이라는 주장이다. 또 저항이 0으로 측정되지 않았던 것도 논문에 공개된 방식으로는 불순물을 최소화할 수 없는 만큼 불순물에 의한 영향이라는 밝혔다.
권 교수는 “논문에서 보여준 방식은 완전한 상온 초전도체의 제조법이 아니고, (논문에 없는) 아주 세밀한 조건들이 더 필요하다”며 “마이스너 효과가 작은 이유에 대해서는 분량의 한계로 논문에서 설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저항이 0이 되도록 물질의 순도를 높이고 이를 검증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검증위는 한두 달 만에 모든 실험을 마쳤다”며 “변수가 많은 만큼 실제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권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검증위원장을 맡았던 김창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기초과학연구원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장)는 “초전도체는 저항이 0이면서 마이스너 효과가 반드시 나타나야 한다”며 “마이스너 효과가 아주 작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은 초전도체가 아닌 별개의 물질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모든 초전도체는 마이스너 효과가 있었고, 그런 특성을 갖는 물질을 초전도체로 부르기로 약속한 것”이라며 “특성이 맞지 않은 물질을 만들고는 억지로 초전도체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LK-99를 둘러싼 의혹과 추측이 무성한 시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권 교수가 최근 연이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를 놓고 권 교수가 최근 경영진으로 참여한 씨씨에스(충북방송) 주가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실제로 권 교수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개최하면서 당일 씨씨에스 주가는 상한가로 마감했다. 이후 씨씨에스 주가는 하락했다가 이날 다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나는 주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관심이 없다”며 “과학계가 아닌 언론을 먼저 만난 이유는 대중들이 갖고 있는 초전도체에 대한 오해를 빠르게 풀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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