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사퇴로 이준석 탈당 명분 흐릿? 이준석 측 “변한 건 없다”
“김기현 사퇴, 당 혁신의 징표 아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탈당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27일이 가까워지고 있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사퇴하면서 이 전 대표의 탈당 명분이 흐려졌다는 분석이 당내 일각에서 나온다.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당 대표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이 이 전 대표가 요구한 혁신과 맞닿아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혁신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잔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당내에서는 김 전 대표의 사퇴와 대표적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이 전 대표가 당에 잔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누가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되든 이 전 대표와 대화를 추진할 것이고,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해내지 못한 더 큰 혁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본인(이 전 대표)이 요구한 대로 우리 당이 변하면 탈당 명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새 비대위원장으로 어떤 인물이 오는지에 따라 이 전 대표와의 대화의 여지도 남아 있다”며 “당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고 당의 전직 대표를 지닌 인사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을 변화시키는 길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낸다면 밖에 나가서 신당을 차리는 일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선 중진인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와 한 장관이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다면 내년 선거에서 상당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당대표직 유지와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윤석열 대통령과 ‘당대표직 사퇴와 총선 출마’를 주장한 김 전 대표 사이 마찰이 생기고, 김 전 대표가 내던지듯 직을 내려놓으면서 당내에서는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15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비대위원장 추대론에 대해 “용산(대통령실) 2중대 소리를 들을 수 있다(김웅 의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평가는 다르다. 그는 이날 SBS라디오에서 “김기현 전 대표가 안 좋은 모양새로 몰려가는 것은 결코 당에 좋은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사퇴를 당 혁신의 징표로 삼을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13일 김 전 대표 사퇴 당시에도 “김기현 대표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한다고 당 지지율이 올라가리라 보지 않는다”면서 “공천 파동의 서막”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 측에서는 김 대표를 당 대표로 만들고 사퇴까지 종용한 대통령실의 근본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당이 혁신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국민의힘 잔류설을 일축했다.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든 결국 대통령실에서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매개체로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김 전 대표의 사퇴는 수직적 당정관계의 현실을 노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이 당대표를 찍어낼 수 있는 게 지금 국민의힘 당정관계의 현실이란 것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실과 척 졌다고 해서 당대표와 유력 중진 인사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불출마 선언하고 2선 후퇴하는 것은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에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정당민주주의의 후퇴이자 반개혁”이라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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