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한양대 교수 “세계 최초로 마약 충동 감지하는 기기 내놓는다”
"기술 고도화 해 마약 환자 재활용,
건설 근로자 등 케어 제품도 내놓을 것"
"약물중독 식별과 충동 관리에 사용할 수 있는 라이프케어 기술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실시간 생체신호와 심리상태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제공하는 고령자 및 치매환자 돌봄시스템을 고도화 할 예정입니다"
김태원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와 더불어 산업재해를 관리할 수 있는 기술도 준비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2009년부터 생존성기술을 연구해왔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생존신호정보연구센터(이하 센터)의 센터장과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스타트업 '에스엘티랩(SLTLab)'을 창업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센터에서는 헬스케어가 아닌 라이프케어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헬스케어는 건강관리와 연관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라이프케어는 생체신호와 심리지표를 연계 분석해 '생존'과 '안전'에 관련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차이점이라는 설명이다.
정밀한 '스트레스' 분석 기술...
마약 투약 여부, 충동도 잡아낸다
김 교수는 "생체신호와 심리 상태를 생체 바이오마커와 연계 분석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스마트 디바이스도 스트레스 상태를 측정해 주지만 이는 실시간 호르몬의 변화에 대한 정확한 신체 반응을 측정하는 통계학적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한양대학교병원과 함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신체 내 코티졸, 알파아밀라제와 각성도와 관련된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그리고 면역과 관련된 인터루킨6과 NK세포의 활성도 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고 그 연관성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바이오마커와 생체신호를 연계분석해 스트레스가 면역력이나 각성 수준 등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를 도출해냈다는 것이다. 해당 기술과 더불어 자극에 대한 개인별 반응 차이를 알기 위해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얹어, 개인화된 스트레스 측정 기술을 완성했다.
스트레스 측정 기술은 돌봄 대상자의 건강관리에도 사용될 예정이지만, 마약 중독자 식별과 케어에도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생체신호로 코르티졸과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등 교감·부교감 신경의 활성화 수준 및 각성 수준을 판단할 수 있게 돼 일정 종류의 마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 특성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약은 종류마다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조금씩 다르다"며 "심박 변이도 등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코카인, 헤로인, 엑스터시 등의 투약 여부를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박 변이도를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알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지금도 심전도 측정 결과로 마약 투여 여부를 알 수 있는 기술은 있지만, 우리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한 실시간 생체신호와 바이오마커를 통합분석하여 다양한 마약에 대한 특성 분석까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국가에서 성범죄자 관리를 위해 전자발찌를 활용하듯 마약사범 관리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중독자 재활에도 같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약물중독자의 재활 중 가장 어려운게 약물을 투약하고 싶다는 충동이 오는 약 20분의 시간인데, 이 순간만 잘 넘기면 재활이 훨씬 수월해진다"며 "이렇듯 충동이 오는 순간도 생체신호 분석을 통해 잡아낼 수 있고, 이를 보호자에게 공유해 마약 충동을 조절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보호자가 중독자가 충동을 느끼는 순간을 안다면 그 동안 투약을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거나, 충동을 이겨낼 수 있는 다른 자극을 제공해 성공적인 재활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마약 식별과 케어에 관한 기술은 아직 실증을 거치진 않았다. 이에 한양대 생존신호정보연구센터는 지난 10월 마약재활치료센터 경기도 다르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재활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실증연구는 내년 봄부터 시작한다. 김 교수는 "앞선 내용이 검증에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의 기술이 될 것"이라며 "향후 국가 마약 관리시스템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주시와 손잡고 '치매환자 케어' 실증 사업 진행
김 교수가 개발한 '생체신호·심리 연계 돌봄 기술'은 현재 고령자, 독거노인, 치매노인 돌봄 등에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나주시와 함께 치매고위험군 어르신의 맞춤형 건강관리를 목표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실증연구를 수행했다.
심박도, 산소포화도, 심박 변이도, 활동량과 환자의 개인화된 스트레스 정량 측정, 그리고 스마트 디바이스에 포함돼 있는 GPS 센서와 가속도 센서 등을 활용해 돌봄 대상자의 상태를 분석할 수 있다.
이때 돌봄 대상자가 기절 혹은 낙상하거나 고독사의 위험을 조기에 발견한 경우, 보호자와 의료기관 등 네트워크 연계 관리자에게 연락이 가게 된다. 치매환자의 경우, 증상이 발현돼 갑자기 집을 나가 돌아다니는 현상이 와도 안전하게 귀가 조치가 가능해진다.
의료기관이나 지자체 입장에서는 사각지대였던 돌봄 대상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마트 디바이스가 서툰 고령자에게 최적화된 기기를 만들기 위해, 에스엘티랩이 기기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주1 회 충전에 가독성과 조작이 쉬운 UI·UX를 탑재해 편리함을 높여 돌봄 대상자의 착용 순응도를 높였다.
이에 연구 관계자들은 "고령자나 독거노인의 경우 심리 건강 악화에 신체 건강까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측정해 위험 지수를 계산하니 더욱 꼼꼼한 고령자 건강관리가 가능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나주시 외에도 추가로 협력 지자체를 늘려나갈 전망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 256개의 치매안심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각 센터마다 10여 개의 치매 안심마을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협력해나가는 지자체를 더욱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외서도 노인 돌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협력을 제안해오는 곳도 있다"고 부연했다.
중대재해법 대비 기술도...
'스마트 헬멧, 스마트 마스크' 제작한다
센터는 고위험 근로자를 케어할 수 있는 디바이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에는 생체지표와 심리지표로 '생존신호'를 측정했다면 외부의 충격이나 자극을 측정하는 '사물지표'와 가스, 미세먼지 등을 측정하는 '환경지표'까지 포함해 포괄적인 솔루션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센터는 헬멧에 부착하는 소형 기기 '스마트헬멧'(가칭)를 통해 외부 충격을 감지하고, 낙상이나 넘어짐, 타격 등 행동적 특성을 구별할 수 있다. 여기에 웨어러블 기기의 생체신호를 얹으면, 여러 행동의 원인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공사장에서 쓰러졌는데, 이게 이 사람이 가진 질병이나 생활 이력 때문인지, 아님 정말 과로나 공사환경 때문인지 알 수 없어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생체신호와 스마트헬멧의 데이터를 합치면 이런 원인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근로자 스스로에게도 위험지수를 알려줘, 신체적 위험 상황을 인지할 수 있게 해 사고를 막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사고 등이 나더라도, 스마트 헬멧을 통해 위치 파악과 빠른 인명 구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가스와 미세먼지 측정까지 가능한 스마트 마스크도 개발 중이다. 김 교수는 "길 한가운데서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관들이나, 화재 현장에서 구조를 펼치는 소방관들의 건강을 케어하기 위해 이러한 제품을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기고 나서부터 기업들 역시 근로자 관리를 위한 여러 대책을 시행 중"이라며 "건설사나 발전사 등 여러 기업에서도 고위험 관리자 솔루션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15시40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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