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의 카드 꺼낸 MBK … 조현범 맞불 매수 나설까
조양래 명예회장이 지분을 취득하며 정리되는 듯했던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MBK파트너스가 당초 2만원으로 제시했던 공개매수 단가를 2만4000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전격 결정함에 따라 한국앤컴퍼니 측에서도 재반격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범 회장의 부친 조 명예회장이 지분 2.72%를 장내 매집했고 조 회장이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지만 MBK파트너스가 회심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15일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최초 공개매수 단가인 2만원을 크게 밑도는 1만5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25.06%나 하락했다.
일반 주주까지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가격을 제시해 조 회장 측 지분을 뛰어넘겠다는 것이 MBK파트너스의 복안이었던 셈이다.
MBK파트너스는 이에 앞서 15일 오전 "조 명예회장이 주가 시세를 조종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MBK파트너스가 금감원에 제출한 조사요청서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공개매수 시작 다음날인 6일 종가가 2만750원으로 떨어지자 7일 곧바로 150만주를 사들였다. 11월까지 한국앤컴퍼니 주식 거래량이 평균 10만주 내외였던 점을 감안하면 조 명예회장 매수로 10배 이상 대규모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이후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MBK파트너스는 조 명예회장이 지난 12일 "직접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대상 회사의 주가를 공개매수가 이상으로 고정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시세조종 의도로 주식 매입을 개시한 것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금감원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최악의 경우 조 명예회장이 확보한 지분 2.72%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이 부분에서 승산이 있다고 법률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공시된 조 회장 측 지분은 45.61%다. 조 회장 본인이 42.03%로 가장 많고 14일 새롭게 특별관계자에 이름을 올린 조 명예회장이 2.72%로 뒤를 잇는다.
조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씨가 0.81%, 나머지 특별관계자 지분이 0.05% 정도다. 시장에서는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hy의 지분 약 0.9%(추정치)를 포함하면 46.5%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관측한다.
반면 조 회장과 대척점에 서 있는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 지분은 29.54%(조현식 18.93%, 조희원 10.61%)다.
지난 5일 MBK파트너스가 밝힌 대로 최소 20.35%를 획득하는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지분율은 49.89%로 조 회장보다 앞서게 된다. MBK파트너스 측은 공개매수 공시를 통해 공개매수에 응하는 지분이 20.35%가 되지 않으면 이를 실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한국앤컴퍼니는 조 명예회장이 지분을 취득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은 사모펀드에서 회사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장내매수를 통해 시가대로 주식을 매입했다"며 "이를 두고 조 명예회장이 제3자로서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시세조종에 나섰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 명예회장이 지분을 취득한 사실을 지난 14일 공시한 것도 한국앤컴퍼니는 보고 기한 내 공시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 측이 조 명예회장의 취득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한국앤컴퍼니는 '무리수'라고 평가했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무리수에 가까운 MBK파트너스 측 문제 제기에 일일이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조 회장 측은 장내매수 또는 대응 공개매수 등을 통해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한다면 공개매수 종료 기간도 자동으로 10일 연장된다"며 "한국앤컴퍼니가 대응할 시간도 함께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민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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