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인구 탓에 몰락하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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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계청에서 우리나라 인구 추계를 발표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가 인구 감소를 피할 길은 없다.
책에서는 인구 감소 시대에 삶의 질을 지키려면 이민, 돌봄, 가족 재구성 등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구 문제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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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계청에서 우리나라 인구 추계를 발표했다. 사태는 절망적이다. 한국 인구는 내년에 5175만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2030년대 초 5000만명 아래로 떨어지고, 그 후엔 소멸 속도를 누구도 걷잡을 수 없다. 전면적 전쟁도 없고, 대규모 감염병도 없는데, 2072년엔 인구 30%가 증발해 약 3622만명이 된다. 인구 탓에 대한민국은 몰락 중이다.
'카이스트 미래 전략 2024'(김영사 펴냄)에 따르면 저출생과 함께 사회 곳곳에 인력 부족이 나타난다. 산업 현장뿐 아니라 한 사회의 지탱에 필요한 필수 노동에서 그 폐해가 더 커진다. 국방, 보건의료, 돌봄, 운송, 청소 등이다. 전쟁이 일어나도 지킬 사람이, 물건을 주문해도 갖다줄 사람이, 아파도 돌볼 사람이, 동네가 쓰레기로 가득 차도 치울 사람이 없어진다. 생활이 지옥으로 변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가 인구 감소를 피할 길은 없다. 출생률을 높이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인구 감소가 삶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게 고민할 때다. 책에서는 인구 감소 시대에 삶의 질을 지키려면 이민, 돌봄, 가족 재구성 등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동화, 기계화를 활용한 노동생산성 증진은 필수다. 기계와 협업해 한 사람이 여럿의 몫을 해낼 수 있다면 노동력 감소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 투자를 늘리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힘쓰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적극적 이민 정책도 피할 수 없다. 외국 인재 유입을 위한 장려 정책, 이주민에 대한 개방적·포용적 문화 형성 정책 등이 있어야 늘어나는 이민자들을 둘러싼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 인구 감소는 고령화와 함께 다사망 시대를 연다. 시민들이 건강하면서도 빈곤하지 않게 노년을 보내고 존엄한 죽음을 맞도록 해야 한다. 의료비, 간병비를 국가가 지원하고 호스피스, 화장장 등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가족 재구성 정책도 필요하다. 부부와 아이라는 혈족 중심 가족만이 아니라 비혼 출산, 동성 부부, 생활 동반자 등 다양한 가족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2022년 1인 가구 비율이 34.5%에 이르고, 친한 사람끼리 사는 비친족 가구 숫자가 늘어나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피가 아니라 생활이 가족의 준거가 되도록 삶을 개혁해야 하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몰두해 미래의 재앙을 생각지 않았던 모든 문명은 몰락했다. 인구 문제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 살아서 눈뜬 채 몰락하는 세상을 보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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