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은의 컴파일] 여전히 말 많은 군대 문제

김대은 기자(dan@mk.co.kr) 2023. 12.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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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실용 정당을 표방하는 제3의 정치세력 '새로운선택'이 남녀 병역 평등 문제를 들고 나왔을 때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정치인은 부동산·교육 문제에 더해 자녀의 병역 문제로 고위 공직에서 낙마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에브리타임'처럼 대학생이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군대 문제를 필두로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을 향한 이대남의 분노를 자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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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실용 정당을 표방하는 제3의 정치세력 '새로운선택'이 남녀 병역 평등 문제를 들고 나왔을 때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대 양당을 비판하며 등장한 이들 입장에서는 선명성보다는 대중적으로 표를 얻는 게 급선무일진대, 조금만 삐끗해도 바로 가열한 비판이 쏟아질 주제로 괜한 논란을 일으키는 셈이기 때문이다.

당장 각종 부정적 측면이 엿보였다. 여성·청년 우대를 받아 금배지를 단 류호정 의원이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유권자 뜻에 반하는 게 아닐까. 한편으로는 유사한 주장을 통해 십수 년을 이대남 인기몰이에 '올인'하면서도 아직 금배지를 달지 못하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례를 떠올렸다. 또 하나의 '실패한 포퓰리즘'이 되는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 말이다.

군대 문제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뇌관이다. 우리나라 정치인은 부동산·교육 문제에 더해 자녀의 병역 문제로 고위 공직에서 낙마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선 예민한 문제다.

연예인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음주운전·폭행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연예인이 자숙을 거친 후 방송가에 복귀하는 일은 흔하지만, 병역 기피로 논란이 된 사람이 돌아오기는 쉽지 않다. 유승준 씨가 잇따른 비자 발급 소송에서 이겼다지만 그가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MC몽은 병역 기피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번번이 가수 복귀에 실패했다.

한편 청년 세대 사이에서 군대 문제는 세대 간, 성별 간 갈등의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에브리타임'처럼 대학생이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군대 문제를 필두로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을 향한 이대남의 분노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나름의 근거도 있다. 1980년 채 50%도 되지 않았던 현역 판정 비율이 현재는 80%를 웃돌아 중년과 달리 지금 청년은 훨씬 허약한 사람도 군대에 가게 됐다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일반화된 현재는 남녀 역차별론의 근거로 쓰이기도 한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주로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군 가산점 등 사후 보상에, 진보 진영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등 처우 개선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둘 다 이대남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황현산 문학평론가의 '군대 문제'라는 글이 떠오른다. 2009년 그는 "최근 종교적 신념이나 세계관에 반해 군대보다는 차라리 감옥행을 택하는 젊은이들이 나타났다"며 "그들의 용기와 희생이 자주 원한 폭발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가짜 의제를 마침내 진짜 의제로 바꿔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십수 년이 지난 현재 황 평론가는 세상을 떠났고, 그사이에 대체복무제가 제도권에 안착했다. 동시에 군인 월급이 월 200만원을 바라보고 있고, 대부분의 기업이 군 경력을 호봉에 산입하는 게 현재 상태다.

이대남들도 여성이 같이 군대에 간다고 해서 여전히 열악한 군 복무 환경이 달라질 건 딱히 없다는 사실은 다 알지 않겠나. '새로운선택'이 들고 나온 남녀 병역 평등 제안이 그저 선거를 앞두고 이대남을 달래기 위한 '떡 하나 던져보기'가 아니라 군 복무를 둘러싼 가짜 의제를 진짜 의제로 만들어볼 기회가 됐으면 한다.

[김대은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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