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의 도시 발견] 대구 서쪽 끝에서 지역 불평등 생각하다

2023. 12.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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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대도시 정치인·행정가
"서울·경기도만 대우받는다"
수도권 중심주의 비판 목소리
지방도시 속 격차도 셀 수 없어
지역 내 불평등부터 해결해야

오늘은 대구광역시의 서쪽 끝에서 학교를 옮기는 문제로 일어난 논란을 소개하고, 이 사안을 통해 지역 불평등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논란이 된 학교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 감문리에 자리한 달서중·고등학교다. 이 학교를 동남쪽의 달성군 다사읍 세천리로 옮기려 하자 하빈면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달성군은 1914년의 행정구역 개편 때 도시 지역인 대구부가 독립하면서 나머지 농촌 지역을 묶어서 탄생했다.

달성군의 대부분과 대구시는 100여 년 전까지 단일한 행정구역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통합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은 적었다. 하지만 문제는 1995년 달성군이 대구에 편입된 뒤 쓰레기 매립장이나 상수도 취수장 같은 특수시설이 달성군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달성군의 일부 시민들은 1995년 달성군이 대구시와 도농통합을 하는 대신 경상북도에 남았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한다.

이렇게 대구의 외곽 지역 취급을 받아온 달성군은, 21세기 들어 대구텍이나 성서5차첨단일반산업단지 같은 산업시설이 잇달아 들어서고 주변 지역의 택지가 개발되면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최근 이런 변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 하빈면의 달서중·고등학교를 가져오려 하는 다사읍이다.

하빈면은 전형적인 농촌 지역인 데다 교도소·농산물도매시장 같은 특수시설도 잇달아 들어서고 있는 곳이다. 인구가 적다 보니 하빈면 주민만으로는 달서중·고등학교의 학생 수를 채울 수 없어서, 대구 각지에서 학생들을 모아 오고 있다. 반면 다사읍 세천리 일대는 택지 개발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속도를 교육시설이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행정 측면에서 본다면 하빈면의 달서중·고등학교를 다사읍 세천리로 옮기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빈면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하나씩밖에 없지만, 다사읍에는 이미 중학교 5개와 고등학교 2개가 자리하고 있다. 만약 하빈면의 달서중·고등학교가 다사읍으로 이전하면, 하빈면은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하나도 없는 지역이 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얼마 전 하빈면과 다사읍 세천리를 답사했다. 달서중·고등학교는 인적이 드문 하빈면의 적막한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반면, 다사읍 세천리에는 쉼 없이 공장과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대구시와 달성군 측에서 학교를 옮기려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를 옮기기 위해 행정 당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지역 불평등, 지역 소멸 같은 말이 전국 곳곳에서 들린다. 서울을 중심으로 질서가 잡혀 있다 보니 경기도가 차별받고, 서울과 경기도가 우대받다 보니 그 밖의 지역이 차별받는다는 지적이다. 이런 주장은 물론 사실이고, 정치와 행정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경기도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그 밖의 지역들을 들여다보면, 각 지역에서 특정 지역의 목소리가 과다 대표되고 그 밖의 지역이 중심 지역에 비해 차별받는 양상이 확인된다. 서울과 경기도로 국력이 집중되다 보니 인구 제4위 도시인 대구가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구 도심 지역에 비해 달성군이, 달성군 내에서도 도심 지역에 비해 농촌 지역이 차별받는 마이크로 레벨의 불평등 구조가 존재한다.

전국을 답사하면 "여기는 ○○ 공화국"이라는 말을 현지에서 자주 접한다. 각 도 안에 자리한 광역시나 도청 소재지의 이익이 과다 대표되고, 도 안의 비도시 지역이 상대적으로 차별받는다는 것이다. 또 광역시나 도청 소재지 안에서도 도심 지역의 목소리가 과다 대표되고, 외곽 지역의 목소리는 지역 언론에서도 접하기 어렵다.

전국 각지의 중심되는 도시들은, 우선 자기 내부에 존재하는 마이크로 레벨의 불평등 구조를 직시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서울·수도권 중심주의를 비판할 수 있는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런 노력 없이 서울·수도권 중심주의만 비판해서는, 각 지역의 행정가·정치인들이 내세우고 있는 지역 불평등, 인구 감소,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김시덕 도시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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