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에 김대건 성상 조각한 한진섭 "아시아 최초…어깨 무거웠죠"
[앵커]
지난 9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아시안 성인 중 최초로 한국의 첫 가톨릭 사제,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들어섰는데요.
이 성상의 제작자이자 아시아인 최초로 바티칸에 입성한 조각가, 한진섭 작가를 오주현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한국의 전통 의상인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김대건 신부의 성상.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유럽 수도회 설립자들의 성상 곁에 아시아 성인 중 최초로 한국 성인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이 성상의 제작을 맡은 건 50년 내공의 조각가 한진섭.
교황청은 당초 이탈리아 작가를 섭외하고자 했으나, '한국인의 성상은 한국 작가가 만들어야 한다'는 유흥식 추기경의 제안이 있었고, 까다로운 심사 끝에 한 작가가 낙점됐습니다.
<한진섭 / 조각가> "이탈리아 작가로 하여금 작품을 만들기를 원했는데, 한국 작가가 선별되어 작업하다보니까 잘 해야 되거든요. 책임이 크고…어깨가 무거웠어요."
김대건 성상 제작 전 만든 4개의 모형, 이 중 바티칸의 선택을 받은 건 두 팔을 벌린 김대건 신부의 모습입니다.
<한진섭 / 조각가> "우리 김대건 신부님은 한 마디로 굉장히 담대한 분이에요. 반면에 사람들에게 온화하고, 자상하고, 감싸고, 포용력을 가진 그런 모습을 표현하다 보니까…"
높이만 무려 3.7m에 달하는 이 성상을 제작하고, 무사히 운반하기 위해 2년여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마침내 무사히 바티칸에 입성시키며 인생의 역작이 탄생했습니다.
<한진섭 / 조각가> "그건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한없이 눈물이 나오더라고…(바티칸에서도) 동양과 서양이 같이 갈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 각 나라와 민족의 대표 성인들이 더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한 작가의 성상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은 다음 달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직접 만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오주현입니다. (viva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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