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 덮친 차이나 리스크…'탈중국' 속도 높인다

김민성 2023. 12. 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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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보조금 지급 기준 中지분율 25% 이하로 제한
배터리 업계, 한·중 합작법인서 중국 비중 낮춰야
/그래픽=김민성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 자본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법인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한을 결정하면서 배터리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광물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탓에 그동안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중국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생산 시설을 짓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이번 발표 이후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한·중 합작법인에 대한 중국 업체들의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배터리 업계 '탈 중국 러시' 시작된다

1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최근 해외우려기업(FEOC·Foreign Entity of Concern)과 관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규칙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규칙안은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회사(JV)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 정부는 IRA 규정에 따라 배터리 부품,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다. 

새로 발표된 규정에 따르면 분리막, 전해질 등 배터리 부품을 비롯해 니켈·리튬·흑연 등 핵심광물을 FEOC에서 조달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한다. 배터리 부품은 내년,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규제한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FEOC엔 중국과 북한, 이란, 러시아가 포함됐다. 하지만 네 국가 중 실질적으로 배터리 사업에 나선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이 탓에 이번 FEOC 규제가 사실상 중국에 대한 규제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해외우려기업(FEOC) 세부 규칙 / 그래픽=비즈워치

배터리 업계에선 단기간 내 핵심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최소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튬, 니켈, 흑연 등의 핵심광물 채굴부터 정·제련 등 가공 단계에 이르기까지 현재 구축된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달 산업은행이 발표한 '글로벌 공급망(GVC) 핵심품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4대 핵심광물(니켈·리튬·코발트·흑연)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4대 핵심광물 국가별 생산 비중 / 자료=산업은행

중국이 배터리 핵심광물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유는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중국은 니켈, 리튬, 코발트 등 이차전지 핵심광물을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아프리카와 남미 등 해외광산 투자로 원료 광물을 확보해 왔다. 이 때문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핵심광물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FEOC 발표를 계기로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배터리 핵심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에 더 속도를 높일 전망"이라며 "다만 중국이 현재 글로벌 광물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만큼 단기간 내 의존도를 낮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발등에 불 떨어진 배터리 소재 업계

그동안 양극재, 전구체 등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중국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합작법인을 설립하면 중국에서 배터리 소재 제조 시 필요한 핵심광물을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 FEOC 발표에 따라 중국과 합작사를 꾸린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중국 업체의 지분율을 추가로 매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총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북 새만금에 전구체, 경북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기로 협의했다. 전구체 공장은 아직 업무협약(MOU) 단계로, 지분율 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북 구미에 건설 중인 양극재 공장은 LG화학과 화유코발트가 각각 51%, 49%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FEOC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지분율을 24% 이상 줄여야만 한다. 

한-중 배터리 소재 합작 투자 사례 / 그래픽=비즈워치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양극재 공급 비중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신규 배터리 생산 공장을 미국에 집중적으로 건설하는 등 북미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향후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선 FEOC 기준을 충족해야만 하는 셈이다. 

LG화학은 한·중 합작법인에 대한 지분 전량 매수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은 앞선 지난 4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전화회의)에서 "만약 중국 회사 지분을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FEOC가 규정된다면 필요시 화유코발트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포스코그룹도 지분율 조정이 필요하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1위 전구체 업체 CNGR과 경북 포항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문제는 CNGR의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합작법인에 대한 포스코퓨처엠과 CNGR의 지분율은 각각 20%와 80%다. FEOC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선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 회사는 화유코발트와도 전구체 합작사를 설립할 계획이지만, 아직 지분 비율은 정하지 않은 상태다.

포스코홀딩스도 CNGR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니켈 생산시설을 준비 중이다. 해당 합작사에 대한 CNGR의 지분율은 40%로 15% 이상 낮춰야만 하는 상태다.

에코프로그룹 역시 합작사 지분율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 공장 건설을 위해 SK온, 중국의 거린메이와 3자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지분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SK온의 합산 지분율을 75% 이상까지 끌어올려야만 한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업계에선 FEOC 규제안으로 중국 업체 비중 제한을 50% 이하 정도로 설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보다 높은 수준의 규제안이 발표되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현재는 FEOC 의견 제출 및 조정 기간으로 유권 해석을 거쳐 추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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